(서울=연합뉴스) 재경.금융팀=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1,060원선을 훌쩍 뛰어넘었고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인 1,500선이 무너졌다.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은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옭죄게 된다.
경제전문가들은 국내외 악재들이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이런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흔들리는 금융시장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6원 오른 1,06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4년 12월 10일의 1,067.7원 이후 3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국내 경기 침체와 미국의 금융 불안 등으로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정유사의 결제수요, 원화값 약세 전망 등이 상승 작용을 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증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이날 코스피지수는 15.68포인트 내린 1,496.91에 종료됐다. 이 지수가 1,5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2007년 4월10일 이후 1년4개월여만이다.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2천721억원의 순매도에 나서면서 4일째 `팔자'에 주력했다.
미국발 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시아 거시경제가 불안해진 것이 증시급락의 요인으로 꼽혔다. 이런 금융시장의 불안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내수를 위축시켜 서민생활에 타격을 준다. 주가하락은 투자자 본인에게 평가손실을 가져오는 데다 소비심리를 냉각시켜 경제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이미 한국 경제는 곳곳에서 적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엎친데 덮친 격이다.
2분기 소비는 계절조정 전기대비로 0.1% 감소했고 7월 소비자물가는 5.9%나 상승했다. 6월중 설비투자 추계는 4.4% 늘어났으나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6월중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4만7천명 증가하는데 머물러 2005년 2월(8만명)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 금융시장 앞으로 어떻게 되나
최근의 증시 하락과 환율 급등은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 등 외부 요인이 어느 정도 해결돼야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모기지업체친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부실 우려가 제기되면서 그 충격이 국내 증시에 미치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흡수되는 과정에서 투자 규모가 크고 자금 회수가 쉬운 한국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다음주에는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계속되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증시의 상승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1,060원선을 돌파한 환율은 과도한 쏠림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겠지만 조만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고 분석했다.
권순우 실장도 "내부 기초여건만 본다면 1,060원대 환율은 지나치다"면서 "앞으로 국내시장의 안정 여부도 미국 금융시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내년초에나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의 저점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시장은 내년 초쯤에 회복되면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부, 고심은 하지만 '속수무책'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주가 급락 등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진단하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해외 대형 펀드들이 현금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세를 보이고 있고 이것이 다시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지정학적 요인으로 다시 상승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국내 증시는 물론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국제 금융시장 전망과 관련해 정부는 글로벌 달러 강세가 계속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결국 달러가 유로화나 엔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것이 지속될 수 있느냐 여부는 미국과 유럽, 일본 경제 중 어디가 더 나빠지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주가 급락과 관련,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한 펀드 환매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국 신용경색 우려의 재부각과 국제 유가 상승, 국내 내수경기의 침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가가 추가로 급락할만한 요인이 특별히 많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가가 한국 뿐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조정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에서 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지만 이를 실행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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