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달러 환율 1,050원선을 지켜낼 수 있을까.
20일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반 만에 장중 1,05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달 4일 환율이 연중 최고치인 1,050.4원을 기록하자 외환당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으며 4일 만에 1,002원 선으로 끌어내렸지만 달러화 강세라는 `복병'을 만나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수급상으로는 환율 상승 요인이 우세하지만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변수다. 계속되는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소비자물가 불안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방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날도 외환당국은 달러를 풀어내며 1,050원 선을 방어했다. 하지만 상승 우위의 장세에서 외환당국이 보유 외환을 계속 소진하면서까지 상승세를 막아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 强달러에 대내 요인 가세
최근 환율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기 보다 달러화 강세라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유럽과 일본 등의 경기가 더 좋지 않다는 판단이 우세해지면서 미 달러화가 모처럼만에 급격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 달러화는 한 달 새 유로화에 대해 8%나 상승했고 엔.달러 환율도 지난 3월 달러당 95엔 선을 바닥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110엔 대로 올라섰다.
여기에 국내 시장여건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하락했지만 유가의 절대 수준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어서 원유 수입을 위한 정유사들의 달러 결제수요가 적지 않다. 달러화 환전 수요로 이어지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가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매도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개인과 기관은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3천666억원을 순매도했고, 이날도 외국인의 순매도분은 4천263억원에 달했다.
반면 수출업체들은 추가적인 환율 상승을 기대하면서 달러화 매도를 보류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신한은행 홍승모 차장은 "국내 기업, 역외세력, 주식시장 등 부문별로 모두 달러 매수세가 우세하고 여기에 투신권의 매수세까지 가세하고 있다"며 "수급 만으로 보면 1,080원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당국 방어선은 '1,050원선 ?'
최근처럼 매수세가 우위를 보이는 장세에서는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외환당국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최근 환율은 장중에는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며 주춤거리다 당국의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으면 장 막판 상승 폭을 확대하는 모습이 이어지곤 했다.
당국은 지난달 강력한 시장개입을 수차례 단행한 이후 과도한 개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자 종가 관리에 중점을 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치중해왔다.
달러가 약세였던 지난달에 환율이 급등한 것은 `시장 쏠림'에 의한 비정상적인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 움직임은 `강달러'에 따른 정상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이 이 같은 태도 변화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유로화 등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원.달러 환율의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오르는 배경을 보면 글로벌 달러의 강세가 진행되고 있고 외국인의 주식순매도세 등에 따른 것"이라며 "과거의 환율 상승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이 달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국제 원자재가격 안정도 외환당국에 어느 정도 여유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이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더 불안해지기 때문에 물가 안정에 주력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환율을 방어해야 하지만 금리 인상과 유가 안정으로 그 부담이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졌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그만큼 외환시장 개입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시장에서는 1,050원 선을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한계선으로 전망해 왔다. 지난달 4일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인 1,050.4원을 찍은 이후 외환당국이 막대한 물량을 쏟아내며 환율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20일 외환시장에서도 개장 직후 환율이 종가 기준 연고점인 1,050.40원 위로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달러를 풀어냈다.
기업은행 김성순 차장은 "글로벌 시장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외환보유액으로 환율을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시기의 문제일 뿐 1,050원대 진입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외환당국도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데 주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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