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축 국가들의 요리를 배워서 미국의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식탁 외교'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국제정책 분석가인 크리스 페어는 북한, 이란, 이라크 등 조지 부시 정권에 의해 `악의 축'으로 낙인찍힌 국가들을 음식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이해하고 상호소통해야 한다는 내용의 책을 최근 출간했다.
`악의 축 국가와 기타 짜증나는 국가들의 음식'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북한 등 `악의 축' 국가는 물론 핵비확산조약(NPT) 미가입국인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민주주의와 인권이 열악한 쿠바, 미얀마, 중국을 식사초대 대상국가로 삼고, 각국의 음식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약 80%에 달하는 미국 시민과 30% 정도의 국회의원들이 여권조차 소지하고 있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인들이 악의 축 국가들을 방문해 그 지역 음식을 맛보고 서로 이해할 수는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려운 만큼 이들 국가의 요리를 배워서 미국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하자는 게 페어의 주장이다.
음식과 정치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다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다 보면 `속내'를 털어놓게 돼 있다는 논리다.
그는 북한과 미국이 긴장관계에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음식과 연결고리가 있다고 본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식량배급을 하고 있으며, 그것도 군부 등 정치 엘리트를 먼저 챙기기 때문에 정권의 생존을 지키려는 군부와 미국간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페어는 북한 주민들이 지난 1990년대부터 심각한 굶주림에 허덕였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게걸스레 먹을 준비가 된' 북한 사람 8명을 초대하는 것을 가정해 식탁에 내놓을만한 북한식 반찬과 주식, 디저트, 주류를 소개했다.
배추김치, 무생채, 오이무침, 미나리 무침 반찬과 불고기, 돼지불고기, 잡채, 쌀밥으로 상을 채우도록 했다. 디저트는 배숙, 음료는 소주가 나와야 한다고 적었다.
페어는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과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깨는 등 핵문제와 관련해 배신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악의 축 3국 가운데 역내 안정과 국제적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집권 1기 초기인 2002년 1월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을 언급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들 3국은 9.11테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돕고 있었던 이란은 부시의 이 같은 발언에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악의 축'이라는 말은 캐나다 출신의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가 마치 샐러드에 토마토를 집어넣듯이 아무 생각 없이 끼워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축(axis)이란 두 점을 잇는 직선을 의미하는데 북한과 이란, 이라크는 그런 축을 형성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의 연대에서 축을 따왔다는 주장도 이란과 이라크는 워낙 앙숙이었고, 북한은 이들 중동국가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점에서 연설문 작성자의 `무지'를 드러냈다고 페어는 강조했다.
유엔직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페어는 주로 남부 아시아의 정치, 군사문제와 관련해 분석활동을 해왔다.
(워싱턴=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