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여의도 박 반장] '그들만의 리그'

국회 원구성 협상을 놓고 여야 간에 지루하고도 볼썽사나운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동안 한나라당은 오늘(19일) 오전에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여당 몫으로 배정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의원총회장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기자들과 당직자들까지 뒤엉켜 마치 시골 장터 같았습니다. 그만큼 당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는 얘기인데, 바로 11명의 상임위원장 가운데 3곳에 대해서는 경선을 실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었죠.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여당 몫으로 배정된 11개 상임위원장 후보군을 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습니다. 선발 기준은 '선수'와 '재직연수'가 최우선 순위였습니다. 3선 이상 된 의원이 워낙이 많은데 당직이나 국회직을 맡고 있는 의원 등을 모두 빼더라도 후보군이 18명이나 됐습니다. 자리는 11개인데 후보는 18명이니 7명은 후보군으로부터 밀리게 될 운명이었죠. 홍 원내대표는 재직연수에 따라 11명을 최종 선정해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를 한 뒤 후보군들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그런데 밀려난 후보들 가운데 3명이 크게 반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통일외교통상위원장에 내정된 남경필 의원(4선), 문화관광체육위원장에 내정된 고흥길 의원(3선), 그리고 정보위원장 내정된 최병국 의원(3선)에 대해 박진(3선), 정병국(3선),권영세(3선) 의원이 각각 경선을 통해 위원장을 뽑자며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거죠.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면서 지난 13일, "상임위원장 내정은 원내대표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만일 경선에서 떨어진 의원은 다른 상임위원회로 배정하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고, 이에 맞서 박진,권영세 의원 등 경선을 요구한 의원들이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라며 반발하면서 당내 분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던 겁니다.

기자들의 관심이 오늘 의원총회에 쏠렸던 이유도 이겁니다. 원내지도부에 반발한 3명의 의원, 그리고 갑자기 3명의 도전을 받게 된 위원장 내정자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홍준표 원내대표에 맞서 민주경선을 요구한 3명의 반란을 일반 의원들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오늘 경선 결과로 그대로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죠. 만일 내정된 3명의 인사가 모두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홍준표 원내대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반발했던 3명의 의원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겁니다. 반대로 내정된 3명의 인사 가운데 누구든 경선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홍준표 원내대표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입니다.

6명 후보의 정견 발표가 끝난 뒤 비공개 투표에 들어갔습니다. 소속 의원 중 156명이 참여한 투표가 모두 끝나고 숨죽인 가운데 이어진 개표...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자리는 내정됐던 남경필 의원이 도전장을 낸 박진 의원에게 6표 차이로 패했습니다.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자리는 내정된 고흥길 의원이 37표 차로 크게 승리했고요. 그런데, 정보위원장 자리를 놓고 내정된 최병국 의원과 도전자 권영세 의원간의 대결 결과는 78대 78.. 동수였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표가 최병국 의원과 권영세 의원 사이의 동그라미가 찍혀있어 무효표 논란이 일었지만 당헌당규에 따라 최병국 의원쪽에 동그라미가 더 많아 유효표로 인정받으면서 78대 78로 무승부가 됐습니다. 결국 연장자인 최병국 의원이 승리했습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도전자들 간의 감정 싸움까지 일었던 상임위원장 경선이 이렇게 결론나면서 당내에서는 결국 의원들이 홍 원내대표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각 후보군들에 대한 호불호 평가도 작용했겠지만 홍 원내대표에 대한 반발이 우선적으로 작용했을 거란 거죠. 특히, 4선 의원이 3선 의원에게 패배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선수나 재직연수에 따른 원내지도부의 일률적 내정보다는 전문성을 우선시하는 각개인의 판단이 반발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반면, 원내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사사건건 반기를 든다면 어떻게 원내전략을 짜고 의원들을 이끌겠느냐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당 내홍까지 겪어야 하는 일이 벌어질까요? 상임위원장이 되면 차관급 대우를 받는데다 개인 세비 외에도 월 천만원 가까운 수당과 지원금이 나옵니다. 국회 직원도 많게는 수십 명씩 지원받게 됩니다. 3선급 이상 의원이라면 정치적 성장을 위한 큰 지렛대가 되는 상임위원장 자리에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 국민들에게는 누가 상임위원장이 되건 아무 관심도 없을 겁니다. 그 상임위에 연관돼 있는 기업체들이나 관련단체가 아니라면 말이죠. 국민들 눈엔 그저 '그들만의 자리다툼'일 뿐입니다. 오히려 그런 자리 다툼이 더욱 볼썽사납게 느껴지는 것은 국회가 82일 넘게 파행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고유가에 치솟는 물가로 살기 어려운 요즘.. 그나마 올림픽 메달 소식으로 삶의 피로를 잊고 살까 하는데 파행하는 국회만 봐도 짜증날 터인데, 여당 내에서 자리다툼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죠.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앞으로 열심히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때맞춰 82일간의 파행을 끝내고 국회가 정상화됐으니 말이죠..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