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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무덤(?) 된 백사장

검은 기름띠의 공포와 시름을 이겨낸 태안지역 해변이 해파리떼 출몰로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피서객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바닷물에는 해파리가 둥둥 떠다니고, 썰물로 물이 빠진 백사장과 개펄은 죽은 해파리떼가 수북해 해파리 무덤을 방불케 합니다. 

지난 14일 오후 형네 가족과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휴가철마다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결혼 11년째지만 형네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난것은 이번이 두 번째.

사업을 하는 형이 한 달 전에 숙소를 예약해둬 가볍고 들뜬 마음에 안면도로 내달렸습니다.

애마(?)를 몰고 두 시간 반 가량 달려 도착한 안면도.

하늘을 쳐다볼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햇빛에 눈이 시리고 살갗이 따가울 만큼 뜨거운 무더위에 숨이 턱밑에까지 차올랐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보채는 아이들을 따라 바닷속으로 풍덩...바닷물은 시원하기는 커녕 뜨뜻한 온탕이 됐습니다.

30도를 훌쩍 넘긴 폭염이 바닷물까지 덥혀놓은 것입니다.

시원한 바닷물은 어른 목높이 가량의 수심에서야 겨우 맛볼 수 있었습니다.

더위를 씻기도 잠시,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불청객 때문에 곧바로 백사장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피서객의 공공의 적인 해파리가 물놀이장을 빼앗았기 때문입니다.

괴물처럼 생긴 해파리 출현에 아이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혹시 쏘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서둘러 백사장으로 나왔습니다.

우리 놀이터를 빼앗은 해파리는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 죽은 놈입니다.

촉수 움직임이 없고 조류에 휩쓸려 둥둥 떠다니기만 할 뿐이지만 보기에 징그러워 저절로 몸이 움츠러듭니다.

이른 아침 썰물로 물이 빠진 백사장과 개펄은 그야말로 해파리 천지입니다.

밀물 때 해변으로 떠밀려왔다가 물이 빠지자 그대로 백사장에 남겨진것입니다.

비릿한 바다냄새와 끼룩끼룩대는 갈매기와 함께하는 아침 산책길이 불청객 탓에 엉망이 됐습니다.

해파리는 중국 동쪽 해안에서 발생해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몰려오고 있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해파리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해파리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거북과 쥐치 등이 무분별한 어획으로 줄어드는것도 해파리 급증을 불러왔습니다. 

해파리는 피서객 뿐 아니라 당연히 어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멸치와 꽃게잡이 철이 돌아왔지만 태안지역 어민들은 해파리떼를 만날까 무서워 출어를 못하고 있다는군요.

해수욕장의 불청객 해파리는 전세계적 환경 이슈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어떤 재앙이 닥칠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 16일 오전 8시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근처 백사장과 개펄에서 발견된 해파리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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