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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전으로 러시아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카프카즈(영어명 코카서스) 산맥 한 자락에 위치한 그루지야에서 일어난 5일간의 유혈 무력 충돌이 13일 막을 내렸다.

그루지야 내 자치영토인 남오세티야 독립 문제로 촉발된 러시아와 그루지야 전쟁이 양측이 '평화 6원칙'에 합의하면서 사실상 끝을 맺었다.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전쟁의 원인 제공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전쟁에서 승자는 있기 마련이고 러시아가 그 승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결과가 달성됐다"며 군사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 러시아가 내세운 이번 전쟁의 명분은 남오세티야내 자국 시민권자를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는 누구라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층 강해진 '힘'을 자랑하면서 구 소련 연방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는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

'새끼 호랑이'로 턱밑에서 러시아를 괴롭혀 온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을 궁지로 모는데도 성공했다.

전쟁 패배로 입지가 좁아진 그가 퇴진하고 친러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그루지야처럼 친 서방을 지향하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는 '옐로카드'를 던진 셈이다.

미국의 동맹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염원해 온 그루지야에 본때를 보여줌으로써 그루지야의 나토 가입 의지를 꺾고 서방에는 동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옛 소련 시절 카프카즈 지역에서의 패권을 되찾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이번 전쟁에 개입할 여지가 없음을 간파하면서 미국이 동맹국에 얼마나 무능한 지를 세계에 알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일 "옛 바르사뱌 조약기구 회원국들이 나토에 가입하고 미국이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기지를 설치하려는 것을 지켜봤던 러시아로서는 이번 유혈 충돌이 불가피했을 것이며 지난 2월 코소보 독립은 러시아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급진 국방개혁의 잡음과 군 수뇌부 인사로 군부가 어수선했지만 이번 전쟁은 그것을 일소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얻은 것 이상으로 잃은 것도 많았다.

우선 자국 시민권자 보호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주권국을 침범한 것은 '신(新) 제국주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주변국에는 러시아와 지금 가깝더라도 사이가 나빠지면 언제든지 군사적 보복 당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존재'라는 두려움을 갖게 했다.

또다시 '고립'을 선택 한 것이다.

주변국의 나토 가입 의지를 꺾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방에 더 가깝게 다가설 빌미를 제공했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상원외교위원장은 12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논평에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주변국들에 대한 공격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 강대국으로서 그루지야와 남오세티야를 중재하지 못한 채 자제력을 잃고 유혈 무력 충돌에 가담, 수천 명의 희생자를 냈다는 비난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루지야와 서방에 '침략자'라는 낙인을 찍히면서 '온건 자유주의자'라는 그간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경제적 손실도 컸다.

영국.러시아 합작 석유기업 TNK-BP사태와 철강기업들에 대한 시세 조작 조사 등으로 러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전쟁까지 겹치면서 주가 지수가 지난 2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루블화 가치도 폭락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러시아가 그루지야에 점령군 보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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