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 피살사건을 조사중인 정부합동조사단이 1일 박씨가 정지 또는 천천히 걷던중 100m 이내의 거리에서 피격됐을 것이라는 모의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북한군이 박씨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총격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을 가능케해 북측의 과잉대응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합조단은 또 총격이 최소 3발이라는 사실과 모래사장에서 이동거리별 소요시간, 사건 발생 시간대의 사물 식별 가능거리, 사격 방향 등도 추정해냈다.
그러나 박씨의 정확한 이동경로 등은 여전히 미궁 속에 남아있어 북측이 주장하는 이동거리와 시간 등이 논리적으로 어떤 맹점을 갖고 있는지를 규명해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지 또는 천천히 걷는 상태서 피격" = 정부합동조사단의 모의실험 결과 박씨가 정지 또는 천천히 걷던중 100m 이내의 거리에서 총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북측의 과잉대응 또는 의도성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북측은 지난달 방북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에게 북한 초병이 박씨를 발견하고 '섯!움직이면 쏜다'며 제지했으나 박씨가 도망치자 쫓아가 공포탄을 한 발 쏜 뒤 다시 조준사격으로 세 발을 쐈다고 했다.
그러나 합조단은 사거리별 사격실험, 박씨의 허벅지의 상처 등을 토대로 첫번째 발사된 탄환이 박씨의 발주변에 맞아 조개껍데기나 돌이 부서지면서 허벅지를 타격하자 박씨가 멈춰섰고 그 이후에 엉덩이와 등에 총을 맞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추정대로라면 박씨가 처음에는 달아났더라도 중간에 멈췄으므로 북한 초병도 총격을 중지하고 박씨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계속 총을 쏴 숨지게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북한 군당국의 조사보고서에는 초병이 박씨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고 나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추격중이었을 경우 사거리는 60m정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첫 총격 후 멈춘 박씨에게 연이어 총격을 가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사물 식별실험 결과 오전 5시께도 70m 거리에서 남녀 식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남측 관광객이라는 것을 알아봤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발사 방향과 관련해서는 고인의 앞이나 뒤 어느 한 방향에서 각각 2발이 발사되거나 전.후방에서 각각 1발씩 발사됐을 가능성이 모두 있다는 결론이 나와 총격을 가한 초병이 1명 이상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른 핵심의혹 여전히 '미궁' = 박씨의 이동경로, 정확한 피격시각, 총격을 가한 초병 수 등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핵심 단서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아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조사단은 이번 실험을 통해 박씨와 신체조건이 유사한 50대 전후 여성이 현장과 같은 거리의 모래사장과 산책로를 걷거나 뛰어서 이동했을 때의 소요시간을 측정했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숙소인 비치호텔에서 펜스까지 거리와 같은 1.1㎞ 정도를 걷는데 16분46초, 북측의 설명대로 펜스를 지나 북측 초소 쪽으로 모래사장을 걸어서 800m이동한 뒤 다시 500m를 빠른 속도로 달려서 이동했을 때 14분59초로, 모두 31분5초 가량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북측 주장과 합동조사단의 중간 조사결과에서는 박씨가 37∼58분간 2.4∼3.2㎞를 이동했다는 추론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박씨의 정확한 이동경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언제 경계펜스를 넘어갔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는 이동거리와 시간에 대한 북측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합조단의 설명이다.
합조단은 이번 사건에 대한 북측의 의도성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을 유보했다.
황부기 합동조사단장은 "이번 모의실험으로 진상을 정확히 밝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따라서 정부 합동조사단의 현장 조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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