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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정부대응, 전문가들 "무엇을 하는 것인지.."

"국내정치 지나치게 의식…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10.4 남북정상선언에 관한 문구가 포함됐다 빠진 전(全) 과정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따가운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금강산 문제를 '의장성명'에까지 담으려 했던 목표 설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우리 정부가 10.4선언에 대한 북한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뒤늦게 '10.4선언'은 물론 금강산 사건 관련 문구까지 삭제하는 '이례적인 외교'를 벌임으로써 혹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반대로 비외교적 행동으로 비칠 수는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빨리 결단을 내려서 '10.4선언'과 '금강산'을 모두 삭제시킨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뒤늦게 가서 의장성명의 내용을 빼겠다고 했는데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장성명이라는 것이 원래 각국이 합의해서 내는 것이 아니라 의장국에서 내는 것인데 최종 내용에서 민감한 사항을 확인했어야 했다. 뒤늦게 성명이 나오고 난 다음에 '10.4선언' 내용을 빼달라고 하고 마치 흥정하는 것처럼 '금강산' 부분도 빼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10.4정상선언은 남북한이 알아서 할 문제지만 금강산 피격사건은 지역에 긴장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사안 하나를 가지고 외교력이 있다 없다 확대 해석해 판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금강산 사건이라는 단발성 사건을 의장성명에 넣겠다고 한 전략 자체가 신중하지 못한 것이다. 목표 설정이 부적절했다.

지나치게 국내 정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도 미숙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에 대한 다른 나라의 신뢰가 떨어진다.

너무 국내 정치적, 단기적인 고려를 하다보면 장기적 외교에 있어 신뢰도, 평판 등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외교에 있어서는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 ARF에서 5∼6개국이 금강산 사건에 대한 언급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는 우리 정부가 상당한 외교력을 발휘한 것이다.

다만 북한도 한국의 외교 공세를 예상해 나름대로 외교력을 전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대응공세를 감지하지 못했거나 예측하지 못했다면 아쉽고, 비판의 소지가 있다.

정부가 의장성명에서 문구 삭제를 요청한 것은 비외교적 행동으로 비칠 수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빨리 결단을 내려서 '10.4선언'과 '금강산' 모두 삭제시킨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아쉽지만 삭제 없이 그냥 갔다면 국내 보수진영의 압박 등으로 상당 기간 시끄러웠을 것이다.

의장성명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에 남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제대로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의장성명 문구 삭제와 관련해 북한이 일시적으로 반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다자회의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의장국에 반발할 수는 있지만 우리에게 한다면 국제적 의례를 벗어나는 것이다. 북한도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대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 = 우리 정부는 7.4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이후에 남북문제는 남북간에 해결하는 원칙을 유지해 왔었다. 정부는 이번 금강산 피격사건을 남북문제를 넘어 비인도주의적 문제로 판단해 국제 무대에서 제기한 것 같다. 국제사회에서 일정 부분 호응은 있었지만 역시 그런 문제들은 남북이 풀어야 하지 않나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10.4공동선언 관련 내용이 들어가면서 우리 정부의 당초 취지와 다르게 번져가니까 삭제 요청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국제사회로부터도, 우리 정부 스스로도 금강산 문제는 남북이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확인해준 셈이 됐다.

앞으로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10.4 정상선언에 대한 부인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10.4정상선언을 부인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10.4 정상선언에 기반을 둔 남북대화 지지'라는 표현의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에 잘못하면 10.4선언에 대한 부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외교부 대변인 해명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이 10.4 선언과 남북대화 재개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완할 필요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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