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KBS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정부와 이에 맞서는 시민단체들의 대립, MBC ‘PD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 사이버 모욕죄라는 새로운 죄명을 법으로 만들어 인터넷 언론을 규제하려는 정부 여당의 움직임, YTN 사장 선임강행 등이 그렇습니다.
시민사회는 언론에 대한 정부의 공세를 ‘권력의 언론장악 음모’라는 차원에서 문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SBS 뉴스의 보도는 사태의 성격과 무게에 맞는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SBS 8시뉴스는 지난 17일 YTN의 새 대표이사 선임 사실을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평상시라면 단신으로 보도하는 것이 적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YTN은 하루 전인 16일 선임을 강행하려고 했지만 대선당시 이명박 후보의 특보였던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하려는 것을 노조가 힘으로 저지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기업들이 대주주인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사태까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SBS 뉴스에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17일 뉴스는 임시주총이 원천무효라며 법적대응과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겠다는 노조의 입장을 덧붙였습니다. 그렇지만 노조가 왜 주총에 격렬한 저항을 하는 사태가 일어났는가를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뉴스는 YTN 사태를 ‘사태’가 아니라 단순한 ‘인사’ 기사로 보도한 것입니다.
지난 18일 SBS 뉴스는 최근의 언론 사태에 대한 국회 논의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에 따르면 국회논의는 수박 겉핥기와 동문서답으로 일관했습니다. YTN 대표이사 선임이 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단행된 것이라는 야당의원의 추궁에 대해 한승수 총리는 “자격 없는 사람이 중책을 맡는 것은 반대하지만, 자격 있는 사람이 중책을 맡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뉴스는 총리가 말하는 ‘자격’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조차 되묻지 않았습니다. SBS 뉴스는 지난 23일 YTN 사장 선임과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부의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언론노조의 성명과 집회를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단 두 마디의 단신이었습니다. 시민사회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KBS 사태의 추이에 대해 뉴스에는 24일까지도 이렇다 할 보도가 없었습니다.
SBS 뉴스는 방송계의 사태에 비하면 인터넷 언론을 규제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사람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한 해석과 문제 제기가 없었습니다. 지난 22일 뉴스는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인터넷 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사이버 모욕죄’의 내용에 대해 포털업체가 인터넷 게시글로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정보 삭제 요청을 받은 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업자를 처벌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의 내용만으로는 인터넷 게시 글의 명예훼손 여부를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가 분명치 않습니다.
현행법은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를 법원의 판결에 의해 가리도록 해 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뉴스는 당연히 포털업체가 게시 글을 삭제하는 어떤 법적 절차를 만들 것인지, 명예훼손이라는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인지 등등 궁금한 부분을 더 자세히 보도하거나,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지난 18일부터 SBS 뉴스는 서울시의회 뇌물사건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의혹의 대상으로 한나라당 원내대표까지 거론되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는 영수증도 써 주고 합법적으로 받은 것이라는 해당 의원들의 주장과 대형부패사건이라는 야당 쪽의 주장을 대비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대가성 여부가 쟁점입니다. 서울시의회 김귀환 의장은 의장선거를 위해 서울시의회 의원들에게 ‘뇌물’을 돌렸다는 혐의로 이미 구속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국회의원들에게 돌린 돈은 대가성 없는 후원금이라는 것이 한나라당 쪽의 주장입니다.
흥미로운 현상은 대가성이 없다면, 김 의장이 왜, 그리고 무슨 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었느냐에 대해 언론이 더 이상 추적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가성이 있는지, 순수한 후원금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는 선에서 보도도 멈춘 것입니다. 자신도 정치를 하는 당사자인 김 의장이 자기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순수한 후원금을 내었다는 사실 자체가 보통 상황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여러 국회의원들에게 5백만 원씩을 돌린 그 자금은 어디서 나왔는가 하는 점이 뉴스의 일차적인 추적대상입니다.
시민과의 직접적인 교감으로 인터넷 언론의 영향력이 커지자 정부가 이를 규제라는 틀 속에 묶어두려 하지만, 인터넷은 원래 틀 속에 묶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과거 정부는 인사권을 활용하거나 코드를 맞춤으로써 일부 방송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변화된 언론환경에서는 이것조차 불가능합니다. 변화된 언론환경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최근의 언론 사태를 분석하는 뉴스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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