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마련한 '금융소외자 지원 종합대책'은 기존 금융소외자 지원제도의 틈새를 메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채무재조정 대상에서 소외됐던 대부업체 이용자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대부업체 이용자가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로 갈아타는 환승론에 대해서도 정부가 신용보증을 제공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신용지원을 위해 올해 2천억원, 내년부터 5천억원이 각각 투입돼 신용회복기금으로 조성된다.
하지만 10조원으로 추정되는 대부업체 대출액을 감안할 때 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종자돈'으로 연채채권 매입
총 7천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신용회복기금은 각 금융회사로부터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연체 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재원이 된다.
자산관리공사의 신용회복프로그램인 `희망모아'나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의 경우 협약 금융기관과 채무불이행자의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을 맺어주는 역할인데 반해 신용회복기금은 직접 대출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지난달 도입된 국민연금 활용 신용회복제도도 자신이 납부한 국민연금을 활용해 빚을 갚는 방식으로 정부가 직접 연체채권을 사들여 채무재조정을 하는 방안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신용회복 제도들은 별도의 기금없이 채무재조정을 진행했던 데 반해 이번 대책에서는 신용회복기금이 종자돈이 돼 그 역할을 주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 대부업체까지 신용지원 확대
이번 대책은 기존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에 비해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환승론에 대해서는 보증지원을 통해 그 실효성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우선 기존 신용회복 프로그램에서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연체액만 대상이 됐지만 신용회복기금은 대부업체 이용자까지 지원대상에 포함했다.
작년말 기준으로 3천만원 이하, 3개월 이상 연체자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지원 대상자들은 이자가 면제된 상태에서 최대 8년간 원금을 나눠 갚으면 된다.
성실 상환자에 대해서는 신용한도가 있는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주택 임차료 보증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1단계로 9월부터는 채무불이행자 46만명의 1천만원 이하 연체금, 2단계로 내년중에는 채무불이행자 26만명의 1천만~3천만원의 연체금이 채무조정 대상이 된다.
대부업체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이 약 78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업체 연체자들은 상당수가 당장 9월부터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제도권 금융회사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환승론' 지원도 보다 강화된다.
신용회복기금을 활용해 환승론 이용고객에 신용 보증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더 낮은 금리로 전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재원 조달이 관건
신용회복기금은 1단계로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가운데 국책은행 배분금 2천억원을 출연받아 조성된다. 이어 내년부터 민간은행 배분금 5천억원의 출연을 유도해 총 7천억원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다.
문제는 민간은행이 배분금을 출연하는데 있어 강제성이 없어 이들 금융회사가 얼마나 출연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앞서 작년 10월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 신용회복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은 실정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기금 잉여금 출연과 관련해 아직 은행권이 정식으로 요청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설사 민간은행의 배분금을 출연받아 7천억원으로 기금을 조성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신용지원 대상 규모를 감안하면 기금액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가 사금융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부업체 이용자는 128만명, 대출액은 10조원으로 추정됐다. 또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연체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사람이 240만명에 이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신용회복기금 7조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민간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배분금을 출연할지 미지수"라며 "환승론에 대한 신용보증을 제공하게 되면 7천억원도 크게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모럴해저드 조장 우려
신용회복기금의 지원 대상은 연체액이 3천만원 이하인 신용불량자 72만명이다. 금융위는 이들에 대해 원금 탕감은 없이 이자만 감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체 기록에 대해서는 일단 `신용회복지원중'으로 등록하되 2년간 성실하게 상환하는 경우에 한해 기록을 삭제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 때 신용등급 7~10등급에 해당하는 720만명의 채무를 재조정하고 기존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연체 기록을 모두 말소하겠다며 내놓은 `720만명 신용대사면' 공약에 비해서는 한결 시장친화적으로 수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용회복 방안 역시 어렵게 채무를 상환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특히 연체기록을 말소하는 방안의 경우 `성실 상환'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매번 정권 초기마다 대규모 신용회복 정책을 내놓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며 "연체 정보를 없애는 방안 역시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 및 대출한도를 차등화하는 최근의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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