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금융규제 완화 법안을 무더기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막는 금산분리 정책의 완화 등 쟁점 법안의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입법계획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업법, 자본시장통합법, 보험업법, 산업은행법 등 24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금산분리 완화 내용이 들어갈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금융 공기업 민영화의 근거를 마련할 산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도 '뜨거운 감자'다. 보험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의 업무 영역을 넓히는 관련 법안도 관심 대상이다.
◇ 금산분리 완화 '반대의 벽' 넘을까
금융위는 은행업법 개정을 통해 산업자본이 투자하는 사모펀드(PEF)와 연기금의 은행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자본이 직접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 한도를 현행 4%에서 8% 내지 10%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관투자자와 산업자본의 투자 기회를 확대해 은행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 보유 은행의 민영화를 조속히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또 금융위는 증권 또는 보험회사가 중심이 되는 비은행 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 법안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하면 재벌이 은행마저 지배해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 논리다. 따라서 금융위는 PEF와 연기금에 대한 규제는 내년부터 먼저 풀고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허용은 2~3년 유예기간을 두는 것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도 내년부터 완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부정적 여론과 감독 역량 등을 감안해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외국 자본의 은행 지배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를 일정 부분 풀어줄 필요는 있다"며 "그러나 10% 이상 보유할 수 있게 할 경우 지분이 분산된 은행의 경영권이 산업자본에 넘어갈 수 있는 만큼 4%에서 6%, 8%로 단계적인 소유 규제 완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 금융공기업 민영화 '뜨거운 감자'
금융공기업 민영화 법안도 쟁점 법안으로 꼽힌다. 현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민간 투자은행인 산업은행(IB)과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금융 담당하는 한국개발펀드(KDF)로 분리하는 방안의 효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및 구조조정 기업 지분을 상당 부분을 KDF로 넘기고 민영화되면 발행 채권에 대한 정부 보증이 사라지면서 이 은행의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DF는 직접 자금을 집행하기보다는 민간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 등으로 중소기업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기업을 심사하는 역량이 부족해 성장형 기업보다는 기존 우량 기업에 자금 지원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또 정부 계획에 따라 기업은행이 민영화될 경우 종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공기업의 민영화 방침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아 금산분리 완화 법안에 비해서는 저항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산업은행을 민간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는 등 국책 은행 민영화를 통해 금융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동감한다"며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규제 완화 부작용도 따져야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의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법안은 반대 목소리가 작은 편이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 완화는 금융회사의 부실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법안으로 꼽히는 은행업법 개정안은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 등 은행업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업무 범위 확대, 자산운용 규제 완화 등의 내용도 포함하게 된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고 영업 자율성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게 된다.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상호저축은행법은 카드사와 저축은행에도 펀드 판매를 허용하는 등 업무 영역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개정이 추진된다.
이필상 교수는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위험관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를 지나치게 많이 풀어주면 금융회사가 부실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실장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선진 금융기관이 부실을 정리하는 동안 국내 금융회사에 기회가 올 수 있다"며 "규제 완화 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어진 만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금융위는 야간 빚 독촉을 금지하는 불공정 채권추심 방지법 제정안과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금융 관련 법안 45개의 절반 이상을 손질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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