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교과해설서 독도 영유권 명기 사태로 한일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일 어업협정 위반을 이유로 끌고간 우리 어선이 올해 들어서만 14척에 달해 '과잉 단속'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어업협정 이후 상대국 배- 일본 198척, 한국 15척 나포
2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우리 어선 14척이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 등에 나포돼 일본까지 끌려갔다 2~3일 뒤 담보금을 내고 풀려났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인 11척의 나포 이유는 조업 조건 및 규칙 위반이었다.
한일 어업협정에 따라 일본의 배타적 수역에 들어가 우리 어선이 조업하려면 사전에 일본측에 등록한 뒤 정해진 구역에서 정해진 어종을 일정량만 잡아야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업일지를 기록토록 하는데, 검문 결과 우리 어선이 어획량이나 어종, 조업 시간 등을 실제와 달리 속여 적었다며 일본 순시선이 즉결 심판을 위해 일본으로 끌고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는 얘기다.
이밖에 ▲ 일본 배타적 수역내 조업 허가(등록)를 받지 않은 어선 ▲ 허가는 있으나 일본 영해(12해리)를 침범한 어선 ▲ 일본 배타적 수역내 정해진 조업구역을 벗어난 어선 등도 각각 한 척씩 끌려갔다.
나포된 우리 어선들은 대부분 2~3일내 한 척당 200~300만원의 담보금을 물고 풀려나 한국으로 돌아온다. 일본은 이후 약식 재판을 통해 이 담보금만큼의 벌금을 부과하고, 이를 국고에 귀속시킨다.
99년 2차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일본은 연도별로 ▲ 1999년 20척 ▲ 2000년 22척 ▲ 2001년 24척 ▲ 2002년 32척 ▲ 2003년 27척 ▲ 2004년 19척 ▲ 2005년 15척 ▲ 2006년 10척 ▲ 2007년 15척 ▲ 2008년 14척(7월18일까지) 등 모두 198척의 우리 어선을 잡아갔다.
반면 우리가 일본 어선을 어업협정 위반으로 나포한 사례는 ▲ 1999년 4척 ▲ 2000년 1척 ▲ 2001년 3척 ▲ 2002년 1척 ▲ 2004년 6척 등 15척에 불과하다. 2004년이후로는 아예 나포 실적이 없다.
◇ 우리 어선 日 수역내 조업 활발
이처럼 일본의 한국 어선 나포가 월등히 많은 것은 기본적으로 한일 어업협정에 따른 우리 어선의 동해.남해상 조업이 일본 어선보다 활발하기 때문이다.
1999년 1월 22일부터 발효된 이른바 신(新)한일 어업협정은 기본적으로 두 나라 사이 대륙붕 경계를 따라 그은 선을 EEZ로 간주하되 동경 130~135도, 북위 35~38도에 걸친 동해 일부와 동경 125~127도, 북위 31~32도 사이 남해 일부를 '중간 수역'으로 뒀다.
중간 수역에서 양국 어선은 자유롭게 고기를 잡을 수 있고, 상대국 EEZ라도 해마다 두 나라가 척수와 어획량 등을 정해 조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의 경우 양국은 자국 EEZ 안에서 상대국 어선 1천척이 6만t의 고기를 잡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어업협정 발효 후 99년부터 작년까지 9년동안 실제 상대국 EEZ내 조업 실적을 보면, 한국이 어선 척수 기준으로는 3배이상(한국 7천269척 일본 2천817척), 어획량으로는 약 1.6배(한국 22만8천500t 일본 14만7천t) 많다.
대게잡이 배를 비롯한 우리 근해 어선들은 동해 최고의 '황금어장' 대화퇴(大和堆;동경 134~136도) 지역을 포함한 '중간수역'과 일본 EEZ내 먼 바다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EEZ나 '중간수역'에서의 조업이 많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은 그동안 감척사업과 어업을 기피하는 분위기 등으로 어선 수와 종사자가 줄어 우리나라처럼 먼 바다까지 나가지 않고 육지와 가까운 연안 어업에 더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日 실수로 양국 경비정 대치까지..과잉단속 논란
그러나 '198 대 15'로 13배에 이르는 나포 건수 차이는 단순히 조업 규모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지난 5월 16일 남해상에서 벌어진 '97세진호' 사태는 일본측 과잉 단속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일본 해상보안청은 쌍끌이 저인망 어선 97세진호가 자국 EEZ를 1마일 가량 침범했다며 나포를 시도했다. 그러다 97세진호가 일본 해상보안청 직원 10여 명을 태운 채 한국쪽으로 이동함에따라 부산해경 소속 경비정 6척과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 4척이 경남 홍도 남쪽 17마일 해상에서 97세진호를 사이에 두고 6시간이나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위치측정시스템(GPS)과 전자해도, 조업일지 등을 확인한 결과 97세진호는 EEZ 경계를 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
이 사건 직후 해경은 제10차 한.일 해상치안기관장 회의에서 일본측에 공식적으로 "일본의 한국어선 단속 과정에서 과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동해 등에서 우리 어선 활동이 워낙 활발하다보니 일본 어업인들의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일본 정부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 우리 어선에 대해 깐깐하게 단속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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