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뉴욕을 닮고 싶었다.
'중동의 뉴욕' 이라는 별칭은 다른 도시에 양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위원회(옛 아부다비투 자청)는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의 지분 75%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 8억 달러는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추정치다.
크라이슬러 빌딩이 뉴욕의 '랜드 마크'이다 보니 UAE 자본의 뉴욕 부동산 매입이 새삼 주목을 받았지만 뉴욕 부동산 시장에서 활약은 두바이가 아부다비보다 한 수 앞선다.
두바이에서 뉴욕은 특별한 의미다.
인구 1천 명당 자동차 대수, 병원 개수, 교통사고율 같은 도시의 수준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의 비교 상대는 아시아권에선 싱가포르, 서방에선 뉴욕이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두바이의 경쟁 상대는 홍콩, 싱가포르, 런던, 뉴욕 정도였으나 최근엔 이 두 도시로 좁혀지는 추세다.
두바이 정부 소유의 에미레이츠 항공은 초대형 여객기 A380의 첫 취항 노선을 뉴욕으로 택했고 두바이 국제공항엔 뉴욕행 승객을 위한 출국장이 따로 마련돼 있다.
에미레이츠 항공의 최대 고객은 인도행 승객인데도 뉴욕에 대한 '배려'는 이처럼 두드러진다.
뉴욕에 대한 두바이의 동경은 그저 부러움에 그치지 않았다.
고유가와 건설 경기 활황으로 막대한 자금을 모은 두바이의 투자사는 뉴욕 맨해튼을 '쇼핑'하기에 이른다.
두바이 정부소유의 투자사 두바이월드의 자회사인 이스티트마르는 2005년 4월과 9월 사무용 건물인 '450 렉싱톤 애비뉴'(6억 달러)를 매입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두바이의 정부 소유 투자사는 맨해튼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스티트마르는 그해 9월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펜트하우스로 유명한 '에섹스 하우스'(4억4천만 달러)와 11월 '230 파크 애비뉴'(7억500만 달러. 일명 헬름스리 빌딩)를 샀다.
이듬해 '280 파크 애비뉴', '티커 보커 호텔', 'W호텔 유니언 스퀘어'이 두바이에 넘어갔다.
지난해엔 '만다린 오리엔털 호텔'이 두바이 투자사에 인수됐다.
1980년대 뉴욕의 건물을 사들였다가 크게 손해를 봤던 일본 자본과 달리 두바이에서 온 아랍 상인의 부동산 거래는 아직까진 성공적이다.
두바이 정부의 결정으로 파크 애비뉴 빌딩 2곳의 지분을 이스티트마르에게 넘겨 받은 두바이 정부 투자사 나크힐 호텔은 지난해 11월 280 파크 애비뉴를 13억 5천만 달러에 매각했다.
한 달 뒤 230 파크 애비뉴를 11억 5천만 달러에 팔아 이들 두 건물에서 모두 5억 9천500만 달러의 차익을 챙겼다.
나크힐 호텔 최고경영자인 조 시타는 "파크 애비뉴 빌딩 2채를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에 좋은 가격에 파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뉴욕이 호텔 부문에서 성장할 것을 믿고 있기 때문에 투자했다"며 "주요 관문이 되는 도시의 고급 호텔에 투자한다는 게 우리의 전략이며 뉴욕은 이런 '관문 도시'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두바이는 해외 부동산 매입을 통해 원유 의존도를 낮춤과 동시에 특히 뉴욕의 유서깊은 대표 건물을 사들임으로써 두바이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두바이 자본의 뉴욕 부동산 매입에 대해 부동산 투자전문회사 콜리어스 인터내 셔널의 두바이 지사장 이몬 알라슈라크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매우 명민한 사업적 판단"이라며 "UAE는 자신의 유동성을 안정된 시장으로 다양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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