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건희 전 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무죄' 근거는

"특검 입증 부족"…특검 부실수사 논란 불가피

법원이 16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 및 면소 판결한 것은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공소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검은 부실수사의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지만 앞서 에버랜드 전ㆍ현직 대표에 대한 유죄 판단과 상반되는 판결이 나온 만큼 항소심과 상고심 등 상급심 판단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범죄의 `증명'이 없어서 무죄 = `삼성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이재용씨 남매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과정에 결국 에버랜드에 손해를 끼쳤다는 특검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1996년 10월 에버랜드 이사회의 CB발행 결의나 이후 주주통지 절차에는 흠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에버랜드의 개인 및 법인주주들에게 CB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실제 부여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수권이 부여된 이상 비서실의 실권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인주주들이 실권에 따른 에버랜드의 지배구조 변경이나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하락을 용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그 손해를 에버랜드라는 회사에 대한 배임죄로 볼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에버랜드 CB를 실권한 법인주주들의 경우 그 경영자들의 실권 결정이 배임으로 연결될 수 있고, 이 전 회장 등이 이 배임 행위의 공범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특검 측이 잘못 기소했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결국 특검이 에버랜드 CB발행으로 인한 손해가 어디서 생겼는지를 꼼꼼히 살펴 이 전 회장 등을 법인주주들의 배임죄에 대한 공범으로 기소했더라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의 공범으로 기소함으로써 무죄 판결을 자초했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셈이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의혹에 있어서도 7천150원이라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적정가로 볼 수 있느냐는 핵심 쟁점에 대해 재판부는 특검이 제시한 가격에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봤다.

특검은 BW발행 당시 장외거래가가 5만5천원이었는데도 7천150원이라는 낮은 가격에 발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5만5천원이라는 가격이 왜곡된 상황에서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검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차명주식거래로 인한 조세포탈 혐의의 일부만 유죄로 판단했고 결국 집행유예 판결로 이어졌다.

◇ 특검 부실수사 논란 불가피 = 10여년간 삼성의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을 달궈온 에버랜드 CB 사건이 특검의 공소사실 입증 부족 탓에 1심이기는 하지만 이 전 회장의 무죄 판결로 결론나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이 경영권 불법승계를 지시하고 상속재산을 관리하면서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을 골자로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 결과를 지난 4월 특검이 발표할 당시에도 이 전 회장의 지시ㆍ공모를 밝혀줄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칫 무죄 판결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었다.

게다가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앞서 허태학ㆍ박노빈 전ㆍ현직 대표이사들의 1ㆍ2심 재판에서 핵심 쟁점에 대해 치열한 법리공방이 이뤄졌던 터여서 이번 `삼성재판'에서도 그만큼 치밀한 법리 검토가 요구됐었다.

재판부도 특검과 변호인에게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적극적인 증거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줄 것을 당부했고 직권으로라도 증거조사를 할 계획임을 미리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에버랜드 CB를 실권한 법인주주들의 자금담당자들이 특검 측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주주로서 인수권을 부여받았고 당시 경영 판단에 따라 실권했을 뿐 비서실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하는 등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삼성SDS BW 저가발행 의혹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될 때도 특검 측의 증인이 "소수가 삼성SDS의 주식을 장외에서 대량으로 사고 팔았다"는 취지로 증언해 재판부가 거래가격의 왜곡 가능성을 지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결국 특검의 입증 부족으로 무죄 판결로 이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부실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에버랜드 전ㆍ현직 대표가 같은 사건으로 배임죄가 인정돼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돼 있고 특검의 항소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특검 수사나 1심의 판결에 대한 최종 평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