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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에 대한 오해? (1)

"제주특별자치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논란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런 내용의 문장을 최근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 내용은 일단 그냥 '사실'입니다.

좀더 정확히는 영리법인이 병원을 세우는 것이고요. 더 정확히는 내국인이 만든 영리법인이 병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외국인이 만든 영리법인이 병원을 세우는 건 이미 2년 전부터 허용돼 있었거든요.)

이게 왜 문제가 될까,라는 의문을 가진 분들을 위해 내용을 하나하나 풀어가보겠습니다.

-현재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만들 수 있는 주체는 의료인, 국가/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정부투자기관/지방공사/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입니다.

주체의 성격에 따라 다시 간단하게 병원을 구분하면 국공립병원과 민간병원이겠고요, 이 민간병원에 다시 개인의원이 들어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의료전달체계에 따라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으로 또 나뉘지만 여기서는 일단 의원과 병원으로 구별하죠.)

그러니까 병원은 나랏돈으로 만드는 거 말고는 의사 개인이 만들거나(의원) 비영리법인이 만들거나(민간병원)입니다.

비영리법인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곳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질에 반하지 않는 정도로 수익행위를 할 수 있지만, 수익이 사업목적의 수행에 쓰여야지, 구성원에게 분배하는 등 경제적 이익이 목적이 되면 안된다고 합니다. (이상은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그렇기에 비영리법인이 설립한 병원에서는 수익이 나도 병원 시설, 장비, 의료진 등에 재투자해야지 (병원에서 번 돈은 병원에 다 써야한다) 병원 주인 돈 버는데 쓰면 안된다, 는 겁니다. 물론 의사 개인이 세운 의원에서는 환자 치료하고 번 돈을 의사가 다 가져가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구글에서 찾은 사진. 청진기 한 번 대는데 얼마?

-그렇다고 해도 좀 이상하죠? 의원은 제외하더라도 다른 병원에서 돈벌이를 하지 않는다니요. 다들 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리행위'는 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영리행위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가 수익을 구성원에게 분배하는 것인데 이걸 안 하면 규정상 영리행위를 안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에 병원 운영에 쓰라며 거액을 빌려준 이가 있다고 할때, 병원에서 수익이 나면 그 수익으로 돈을 갚아야겠죠, 이자까지 쳐서. 이건 가능합니다, 비영리법인이 세운 병원에서요.

하지만 병원에 거액을 투자한 이가 있다고 할때, 병원에서 수익이 나면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이건 영리행위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거죠.

다시 말해, 비영리법인이면 투자 형태로 자본 조달을 할 수 없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결정적인 차이를 갖게 되는 겁니다.

-영리법인도 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 병원 주식을 만들어 판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난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하게 되겠지요. 주주는 병원 경영에 일정 정도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기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외국인이 만든 영리법인에 한해 의료기관을 세울 수 있게 허용한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외국 자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 출처가 어딘지 모르겠네요. 구글 검색에서 퍼왔는데... 어쨌든, 외국 병원과 자본이 들어오는 장면.

그런데 2년 동안 제주도에 투자 가치가 없어보였는지, 외국 자본의 투자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고, 하여 제주도지사 등등은 내국인이 만든 영리법인도 의료기관을 세울 수 있게 해 내국인 자본을 유치해야겠다고 착안한 것이죠.

-한가지만 더 짚고 가자면, 영리병원이란,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병원을 줄인 말이 아니라, 영리법인이 만든 의료기관(병원)을 줄인 말이 되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주특별자치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문장의 1차 의미입니다.

문제가 있는 듯, 없는 듯...

이제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2차적인 의미, 정치적 함의들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편집자주] 2003년에 SBS에 입사한 심영구 기자는 사회1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참 넓고 깊고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라면서 건강하게 오래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보겠다고 합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한 심 기자는 부부가 방송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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