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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의 '3무 교통'을 이겨라! 아찔한 도로 횡단기

[특파원 시리즈] 이민주 특파원의 앗쌀람! 카이로

이집트 도로에는 없는 것이 많습니다. 우선, 교통 신호등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교차로는 영국의 식민지배 영향으로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로터리 식으로 돼 있는데, 별다른 신호 없이 (미단이라고 불리는)로터리에 진입한 순서대로 빠져 나갑니다. 하지만 로터리에서도 속력을 늦추는 법이 없어 레이싱 하듯 갑자기 들이대는 차들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카이로 도로에는 또 차선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차들은 앞차들 사이의 틈이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지체하지 않고 파고듭니다. 그 결과 4차선 쯤 넓이의 차도에 대략 차 6대에서 8대 정도가 나란히 엉켜 달리는 모습이 흔히 목격됩니다.

드물긴 하지만 차선이 그려져 있는 도로에서도 차들은 아무 이유 없이 차선을 두 바퀴 사이에 깔고 다니기 일쑤입니다.

      

횡단보도가 없는 것도 이집트, 나아가 아랍국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년전 요르단 연수시절에도 도로에 횡단보도가 없어 이따금 도로를 건널 때마다 아찔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사정은 이집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질주하는 차들 사이로 남녀노소가 아슬아슬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은 운전대 잡을 생각을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그렇게 느긋할 수 없는 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았다 하면 과속은 기본에, 깜박이도 없이 불쑥 추월해 들어오는 건 다반사이고, 앞 차에 조금이라도 거리가 떨어졌다 싶으면 거친 크랙션 소리가 바로 날아 옵니다.

도로 위를 맹렬히 질주하는 차량 대부분은 30년에서 40년 된 노후차량들입니다. 얼마 전에는 택시로 성업중인 포니 2를 목격하고 반가운 마음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3무 도로에 난폭운전이 횡행하니 당연히 사고가 적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차량 대부분이 자동차 보험 미가입 차량이어서 사고가 나도 보상받기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실제로 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치지 않은 이상 불운을 탓하며 서로 손바닥 털고 헤어지는 게 이집션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게 교민들의 얘기입니다.

결론은 사고를 아예 안 내는 게 상책이고,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경제력에 상관없이 현지인 기사를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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