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집을 나간 뒤 조부모 밑에서 안정적으로 자라온 아이라면 조부모를 양육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녀가 있는 부부가 이혼할 때는 아이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지정해야 하는데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양육자로 지정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8단독 이헌영 판사는 이모(24.여) 씨가 도박과 외박을 일삼다가 집을 나간 남편(34)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6살짜리 아들의 양육자로 할아버지(68)와 할머니(66)를 지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씨는 10대 후반에 사실혼 관계에서 아들을 낳은 뒤 혼인신고를 마쳤고 남편은 도박과 외박을 자주 하면서 가족을 부양하지 않다가 2003년께 아예 집을 나가버렸다.
이 씨는 아들을 시부모에게 맡긴 뒤 집을 나갔고 종종 아들을 보러 왔지만 지난해부터는 거의 아들을 찾지 않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속 손자를 맡아 길렀다.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낸 이 씨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아들과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려 애썼지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터라 쉽사리 친밀해질 수 없었고 이혼 소송을 내면서는 앞으로 아들을 키우겠다고 마음먹었던 이 씨도 양육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재판부는 이 씨의 이혼 청구를 일단 받아들이면서도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엄마인 이 씨를 친권자로,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양육자로 지정해 아이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아이가 조부모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 있고 교육환경도 현재의 주거지인 조부모의 집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점, 이 씨가 그동안의 단절로 인해 아들과의 친밀관계 형성이 미흡한 점 등을 종합하면 아이에 대한 양육자로 조부모를 지정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과 복리를 위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씨에게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월 30만 원씩, 중학교에 입학해 성년이 될 때까지는 월 40만 원씩을 시부모에게 양육비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