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1일 현대미포조선이 생산공정을 떼어내 용인기업에 맡긴 행위는 `위장도급'이며 실제로는 `직접고용'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반적 형태의 사내도급 분쟁과 관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첫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판결의 영향이 노동시장에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쓰나미'로 번질지는 미지수다.
미포조선의 사내도급이 `불법파견'이라며 경찰 고발했던 노동부는 "그런 사업장이 대부분 사라졌다"며 판결의 의미를 축소한 반면 노동계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급증하는 하도급 관행과 관련해 이번 판결을 쟁점화하려는 분위기다.
◇ 판결 의미 = 대법원은 소사장 기업이나 하청업체와 원청업체가 母ㆍ子 수준으로 긴밀한 관계가 있을 때만 직접고용이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해왔다.
대법원은 2002년 경기화학이 생산품목별로 소사장 기업을 설립한 뒤 근로자들에게 동일한 임금을 약속하면서 사직서를 받고 새로 만든 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토록 한 사건에서 소사장 기업의 근로자들이 기존 기업과 사용종속 관계에 있다고 봤다.
또 SK㈜가 1997년 ㈜인사이트코리아와 업무도급 계약을 맺고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했다가 해고한 사건에서는 "양사의 계약은 `위장도급'이라서 근로관계가 존재한다"고 2003년 판결했는데, 이는 인사이트코리아를 SK의 위장계열 자회사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특수관계가 아닌 일반적 사내도급 형태에 처음 내려졌고 모든 사업장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애매한 형식의 근로관계를 통해 근로조건 저하 및 고용불안,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양극화 심화 등을 초래하는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해석이다.
SK㈜와 울산공장 시설관리ㆍ경비업체 근로자, SK와이번스와 차량운행ㆍ관리업체 근로자,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근로자, 한국마사회와 경마진흥㈜ 근로자들이 직접고용 관계가 있는지 다투는 소송들도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장도급'이 근로자 파견계약에 해당하는지,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사용업체가 직접고용 의무를 지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노동부 "다 지난 일" = 판결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자동차와 조선, 철강, 전기, 전자, 기계, 금속 등 거의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불법하도급에 대한 일제점검을 벌였고 지금은 대부분 정비가 됐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는 하도급 사업장이 별로 없다는 것.
노동부는 또 위장하도급 근로자가 원청업체에 직접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경기화학이나 SK㈜의 경우도 도급업체 지분의 100%를 원청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계열회사였다는 점에서 용인기업과는 약간 다르지만 근본 취지는 대동소이하다는 설명이다.
노동부는 그동안 단속을 통해 실제 사용자의 유무를 따져 위장도급으로 결론이 날 경우 파견법에 의거한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차별 해소나 고용승계 등을 지도해 왔다.
노동부는 관계자는 "고용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하도급의 남용을 막고 하도급을 주더라도 외형만 빌려서는 안된다는 신호를 거듭 확인해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생산현장 특성상 원청업체가 업무를 전적으로 사내하도급 업체에 맡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이 있어 원청업체의 `개입'이 어느 정도여야 직접고용으로 인정할 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사안별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사 봇물' 터지나 = 반면 노동계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근본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가 원청이라는 이번 판결은 향후 비정규직법에 원청 사용자성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근거를 분명히 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1~2심에서 위장도급 취지의 판결을 받은 KTX 여승무원이나 코스콤, 현대차 하청업체 근로자 등의 복직에 가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비정규직법에서도 외주화나 하청, 용역전화 등의 간접고용 형태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문숙 대변인은 "현대미포조선의 경우와 유사한 형태로 근로상태를 유지하고 있거나 같은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직접고용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이미 많은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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