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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간첩이 아닌 평범한 국민이 됐다"

무죄 판결 태영호 어부·위도주민 '회한의 눈물'

"그간의 냉대와 차별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젠 다 잊으렵니다. 우리가 드디어 '간첩'도 '짐승'도 아닌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 평범한 어민이 됐으니까요."

9일 전주지법 정읍지원에서 열린 이른바 '태영호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북 부안군 위도의 '태영호' 어부들과 그 유가족, 마을주민은 악몽 같았던 지난 40년 세월을 회상하면서 서로의 눈물을 닦아 줬다.

태영호 사건은 1968년 7월 3일 연평도 해상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태영호가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4개월 만에 돌아왔지만 수사당국의 사건 날조로 어부들은 징역 3-10년(반공법 및 수산업법 위반 등 혐의), 마을 주민들은 '이들 어부가 북한을 찬양한 것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징역 1년-1년6월을 선고 받은 당시의 대표적 공안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이들 어부는 툭하면 '간첩'으로 몰려 수사기관에 불려가 며칠 동안을 깜깜한 방에서 갖은 고문을 당했고 집과 배에 대한 수색도 수시로 이뤄졌다. 출어 허가조차 잘 나지 않아 이들은 생계를 꾸리기가 막막했다.

견디다 못한 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 해도 기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한밤에 섬을 도망쳐 나간 사람도 있었다.

당시 태영호 어부였던 강대광(66) 씨는 "고문 후유증과 국가.사회.이웃의 냉대로 우리는 지난 40년 간 가정을 제대로 꾸릴 수 없었고 심지어 연좌제로 인해 가족과 먼 친척들로부터도 고통을 주는 존재로 괄시 받으며 살아왔다"고 회상하면서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강씨는 "정말 죽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간첩의 멍에를 벗고 당당히 대한민국 국민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의지 하나로 오늘까지 버텼으며 마침내 진실이 밝혀지는 이런 날이 왔다"고 울먹였다.

그는 고난의 시간을 함께 했던 아내에게 무죄 소식을 전하면서도 그간의 혹독한 세월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듯 눈물을 흘렸다.

'북한을 찬양한 어민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는 위도주민 김모(66)씨는 "이젠 경찰을 봐도 안 무섭고 밤에도 발 뻗고 지낼 수 있을 같으며서 정말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라면서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표했다.

김씨는 "오늘 밤 섬 마을로 돌아가 바다를 보고 '나는 이젠 자유인이다.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겠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정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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