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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석 "돌맞을 각오로 협상대표 맡았다"

미국 쇠고기협상서 대통령 약속 지켜라 압박"

"(미국은) 어떻게 한국 정부는 (작년 3월의) 대통령 약속도 지키지 않느냐고 압박했다"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는 8일 '쇠고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4월 11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한미 쇠고기 협상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 동물사료조치, T본스테이크 막판까지 쟁점

민 차관보의 말에 따르면 당시 그가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으로부터 받은 훈령(협상 지침)의 핵심은 "미국이 강화된 동물성사료조치를 받아들이면 '30개월 미만' 연령 제한을 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왜 협상에 앞서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의 공식 절차를 거쳐 훈령을 확정하지 않았나"는 질문에 그는 "이미 1월 대통령직 인수위 보고 때부터 강화된 동물성사료조치를 조건으로 30개월 연령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방침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협상장에서 미국측은 동물성사료조치 강화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위험통제국'에 부여한 의무 규정이 아니라며 완강히 버텼다.

이 과정에서 엘런 텁스트라(Ellen Terpstra) 미국측 수석대표는 "어떻게 한국 정부는 대통령의 약속도 지키지 않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작년 3월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직전 '쇠고기 전면 개방' 쟁점을 놓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합리적 기간, 절차를 거쳐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결국 우리측이 16일 저녁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등 더 강하게 나가자, 미국측도 동물성사료조치 강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민 차관보는 전했다.

동물성사료조치와 함께 막판까지 쟁점이 됐던 것은 T본스테이크와 포터하우스의 연령 표시 문제였다. 미국은 이들 부위에 포함된 등뼈(척주)가 30개월미만 소에서는 광우병위험물질(SRM)이 아닐뿐더러, 작업 과정에서 스프레이를 뿌려 30개월미만 또는 이상 등뼈를 확실히 구분하는만큼 별도의 표시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추가 장치를 요구했고, 결국 양측은 두 부위의 경우 180일 동안 30개월 미만임을 별도 표시키로 합의했다.

◇ "미국 사료조치 2005년 것으로 생각"

미국이 실제로 공포한 동물성 사료조치 강화 내용이 지난 5월 2일 정부 보도자료에서 소개한 내용과 달라 혼선을 빚은 것과 관련, "협상장에서도 미국이 말하는 강화된 사료조치가 당연히 2005년 입안예고된 것과 같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민 차관보는 "그렇다. 2005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2005년 입안예고된 사료조치 강화안은 '30개월 미만 소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경우 돼지 등의 사료로 금지한다'는 것이지만, 한미 협상 타결 직후 4월 25일 미국측이 공포한 안은 도축검사 통과 여부에 상관없이 30개월 미만 소는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고 동물 사료로 쓸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는 그러나 "30개월 이상 소에서 SRM인 뇌와 척수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강화된 조치"라며 "더구나 30개월 미만 소에서는 뇌와 척수가 SRM이 아닌만큼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왜 협상장에서 정확히 강화된 사료조치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당시 미국측이 워낙 완강하게 강화된 사료조치 수용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나하나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강화된 사료조치의 '실행'이 아닌 '공포'만으로 30개월 월령제한을 풀어준데 대해서도 "미국측이 올해초 강화된 사료조치를 추진하다가 업계의 강한 반발 때문에 공포조차 무산된 상황이었다"며 "미국 정부가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포 약속을 얻어낸 것만으로도 정말 큰 성과"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실행까지 요구할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정상회담 직전에 협상이 타결된 것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정상회담 일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굳이 정상회담 전에 쇠고기가 타결되지 않았더라도 회담에서 합리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는 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숙박료' '조공외교설'을 부인했다.

◇ "돌 맞을 각오로 협상대표 맡아"

아울러 민 차관보는 쇠고기 협상 전부터 여론의 비난을 예상, 각오하고 협상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초 외교부 복귀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해 쇠고기 협상을 피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공직자로서 위험하다고 피할 수 없어 정운천 장관에게 '먼저 돌을 맞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06년 2월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한미FTA 농업 협상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도 같은 심정으로 농업통상정책관 자리에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민 차관보는 "협상을 깨는 것은 쉽다. 자기 것을 끝까지 고수하면 되지 않나. 특히 농업과 같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민감한 분야는 강한 입장으로 버티면 된다.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협상을 타결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농업 분야에서 두 차례 큰 협상을 치르면서 느낀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쇠고기 졸속 협상' 등의 비판에 대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소홀히 여길 정부가 어디 있겠나. 실제 협상은 피를 말리는 줄다리기였다. 촛불이 꺼져가고 있으니 조금만 버티라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촛불이 꺼진다고 공직자로서 실추된 제 명예가 저절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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