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관리와 성장률 추락 방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정부가 2일 발표한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물가 안정과 민생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고 있다. 이는 폭등하는 물가를 관리하면서 성장률 추락을 막아 스태크플레이션을 차단함으로써 서민 경제를 추스르겠다는 의미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민생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데 이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하반기 정책기조는 물가와 민생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못박았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대한 보도자료의 제목을 `경제안정 종합대책'이라고 달아 놓은 것에서도 이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 스태그플레이션을 막아라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물가와 민생 안정에 무게를 둔 것은 대외경제의 여건 악화로 유발된 현재의 어려움을 풀 수 있는 마땅한 정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유가.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선진국 경제 위축,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섰고 소비.투자 등 내수가 침체돼 하반기 성장률이 3%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내적으로는 쇠고기 파동과 파업 등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경기 부양 정책은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 할 수 있고 물가 안정 만을 위한 금리 인하 등의 통화정책은 경기 둔화를 가속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정책의 우선 순위를 물가와 민생에 둬 이들 부문의 추가적인 악화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 성장 전망 대폭 하향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의 6% 내외에서 4% 후반대(4.7%), 취업자 증가 수는 35만명 내외에서 20만명 내외로 대폭 내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 내외에서 4.5% 내외로, 경상수지 적자 는 70억 달러 내외에서 100억 달러 내외로 늘려 잡았다.
3월 수치가 목표치이고 이번 수치는 말 그대로 전망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시 지표들의 하향 조정 폭이 상당히 커 정부 스스로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중반까지 치솟은 만큼 물가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고 4% 후반대의 연간 성장률 자체는 크게 비관적이지 않지만 성장률이 5%대가 넘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엔 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어 경기 하강기에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서민 생활 안정에 비중을 둔 것이다.
◇ 서민 지원..물가관리 '올인'
정부는 우선 물가 관리를 사이버 농.수산물 거래소 설립, 대리점과 주유소 간 수평거래 허용 등 농수산물과 석유제품의 유통구조 개선, 경쟁 촉진을 통해 이들 부문의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수입원자재에 대한 중소기업 등의 부담 완화를 위해 필요할 경우 올해 말로 종료되는 긴급할당관세를 연장하고 가격이 급등한 수입원자재와 일부 완제품의 관세를 추가 인하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철도.상수도.고속도로 통행료 등은 하반기에도 동결하고 일부 요금인상이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상시기를 분산하기로 했다.
상.하수도, 쓰레기 봉투 등 지방공공요금도 원가절감을 등을 통해 안정을 유도하고 공공요금 안정에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에는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햇다.
구조적 노력 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과도한 시중 유동성의 관리를 위해 가계대출, 인수합병(M&A) 대출 등에 대해 건전성 차원의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건전하게 이뤄지는 대출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중소기업 자금 지원은 계속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대출까지 어려워지면 서민의 자금난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급등한 물가와 둔화된 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 대한 대책은 생활지원과 함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전세자금을 보전해주는 주택 바우처 도입, 서민 전세자금 지원 확대, 금융 연체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채무재조정, 카드매출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설정한 뒤 매출이 발생하면 상환하는 소상공인 네트워크론 등이 주요 지원 내용이다.
아울러 청년 인턴을 고용한 중소기업에 임금의 50%를 지원해주는 청년인턴 지원제도,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확대, 보육료를 부모에게 직접 지급 등의 대책 등을 통해 취약 계층인 청년, 여성,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규제 개혁,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소득세 등 전반적인 세부담 완화 등 투자 활성화와 소비기반 확충, 기업환경 개선, 신성장동력 창출 등에 필요한 대책들도 경제운용방향에 포함시켜 경제의 성장능력을 확충해 나간다는 MB노믹스의 기본틀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 전문가 "물가.민생 방향은 맞는데.."
정부가 물가와 민생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두고 각종 대책을 내놨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물경제 흐름과 괴리됐던 경제전망치를 수정한 것도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다만 고유가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또 이번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물가와 민생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의 추가 악화를 막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며 "다만 건설투자에 대한 추가 지원이나 대출금리 인상 압력에 대한 완화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세계잉여금이 계속 생기고 있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현실과 상당히 괴리돼 있었던 전망치가 수정되면서 정책 방향이 다시 조정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가계가 상당한 금리 충격을 받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상무는 "최근 물가 상승은 수요보다 비용 측면에서 발생한 것인데 비용에 대한 대책은 약하고 수요에 대해선 불필요한 대책이 들어간 것 같다"며 "대중교통이나 화물운전자 등에게 직접 보조금을 줘 유가 상승에 따른 2차 파급 효과를 차단하려는 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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