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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시행준비 문제없나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개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치매나 중풍 노인이 있는 가정이 남몰래 겪어야 했던 고통을 내달 1일부터는 사회 공동체가 나서 분담하는, 국내 노인복지의 역사적 모멘텀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 도입을 미뤄선 안 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를 `효(孝)의 품앗이'로 규정하고 내심 연착륙을 기대하는 것도 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복지부는 예기치 못한 운영상 미비점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부정적 여론이 이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벌써 요양시설 부족 가능성과 심사 부실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므로 최대한 많은 노인이 제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초기에 약간의 시행 착오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 비판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신청률 예상 이하 = 복지부에 따르면 30일 현재 신청자 수는 21만5천명으로 예상치의 85% 수준이다. 이는 노인 인구 497만명의 4.2%에 해당한다.

기존 시설 및 재가서비스 이용자와 요양병원 환자가 전체 신청자의 56%를 차지했고 신규 이용 신청자는 44%였다.

복지부는 당초 예상보다 신청자가 적은 것에 대해 전통적 관념상 요양시설에 부모를 맡기는 것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서비스 개시일이 임박하면서 신규 신청자의 비율이 기존 이용자의 신청 비율을 따라잡을 만큼 증가하고 있어 연말까지는 신청자 누계가 국내 노인 인구의 8%인 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당초 예상치의 63%인 2만7천여명만 신청한 반면 광주는 예상치를 126.7% 달성해 대조를 이뤘다.

◇신청자 10명 중 7명 서비스 대상 = 현재 등급심사를 마친 18만5천여명 중 68%인 12만6천여명이 서비스 대상인 1~3등급을 받았다. 신청자 10명 중 7명꼴인 셈.

서비스 대상자 중 요양시설 입소가 가능한 1~2등급이 57%였고 집에서 받는 `재가(在家) 서비스'만 가능한 3등급이 43%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연말엔 전체 노인인구의 3.4% 가량인 17만명이 서비스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10년엔 4%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노인인구의 극소수에만 혜택을 주면서 전 국민을 상대로 보험료를 걷으면 저항이 일어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반면 복지부는 "보험료 부담 수준은 최소화하면서 수혜자는 크게 늘리는 신비한 방정식은 없다"며 시행 과정을 거치면서 합리적 수준에서 꾸준히 대상자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치매 환자의 대거 탈락 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기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환자의 경우 신청자의 91%가 시설 또는 재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중풍도 86%가 서비스 대상자로 판정됐다.

◇요양시설 충분할까 = 현재 요양시설 충족률은 96.4%로 집계됐다. 2천100병상 정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요양시설 부족 현상은 수도권이 가장 심해서 수도권만 따지면 2천400병상 가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도 인구는 많고 땅은 좁은 서울의 병상부족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복지부는 서울과 경기, 인천의 요양시설 충족률을 지역별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무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의 노조는 자체 실태조사를 토대로 "서울의 시설 충족률이 58.3%에 그치는 점을 숨기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보 노조는 또 "전국적으로 1만명이 넘는 서비스 대상자가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권역별로 시설 충족률을 공개하는 이유는 2시간 이내 생활권역으로 시설 수요와 공급을 따지는 게 맞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한 관계자는 "서울 광진구에서 구리시의 시설로 가는 게 강서구로 가는 것보다 수월한데도 서울 시민이 반드시 서울 시설만 이용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현재 요양시설이 아예 없는 기초자치단체가 11곳으로 나타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중구와 인천 동구, 옹진구, 중구, 부산 강서구, 중구, 충남 계룡시, 청양군, 태안군, 전남 진도군, 경북 고령군 등이다.

다행히 이 가운데 인천과 부산, 충남 내 7개 시.군.구는 연말까지 시설을 개원할 예정이고, 3곳은 2009년 초에 시설이 들어선다.

복지부는 "연말까지 수도권에 2천 병상 이상이 새로 생기는 만큼 요양시설 부족이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는 일단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인근 지역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고 있다.

◇재가시설은 문제없나 = 방문요양 시설은 모든 시.군.구에 최소 1곳 이상 설치될 정도로 충분하다. 광주와 충북 청주에서는 공급 과밀이 우려될 정도다.

복지부는 요양시설들이 서비스 신청자 확보를 위한 과열경쟁 도중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을 계속 주시하면서 철저한 지도.감독을 할 계획이다.

방문목욕 시설도 강원도 화천 등 4곳을 빼면 모든 시.군.구에 설치됐을 만큼 대체로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방문간호와 주야간보호 시설은 농어촌에서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보완이 요구된다.

방문간호 시설은 전국 321곳에 설치됐으나 미설치 시.군.구가 40개나 된다. 특히 방문간호 시설이 없는 시.군.구의 대부분이 경기와 강원, 경북, 전남의 농.어촌에 집중돼 있다.

이는 농.어촌 지역의 구조적인 간호사 부족 현상 때문으로 복지부는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활용하고 건보공단 지역과 위탁 사업 등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요양 서비스 질 관리 대책은 = 복지부는 부모의 수발을 타인의 손에 맡기는 데 대한 불안감을 고려, 서비스 질 유지에 가장 중점을 둘 방침이다.

방식은 `채찍과 당근'이다. 잘못하는 곳은 엄중히 제재하고 잘하는 곳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

우선 법정 시설.설비.인력 기준에 미달하는 요양기관은 수시 지도.감독을 통해 미달 사실이 2회 이상 적발되면 곧바로 퇴출된다.

건보공단 직원들은 2주에 1차례씩 요양시설을 직접 방문해 입소 노인이 제대로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에 더해 복지부의 `기동단속팀'이 불시 점검에 나선다.

반면 운영 성과가 좋은 시설은 비용보상금의 최대 5%를 더 지원하는 방법 등으로 보상할 방침이다.

또한 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등급이 떨어진 경우에는 1년간 기존 등급으로 보상수가를 유지하는 동시에 우수시설로 지정하고 각종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제재 규정 실효성은 = 시설 측에서 정당한 사유없이 서비스를 거부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징역 1년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등 실형이 내려진다.

다만 `정당한 사유'라는 모호한 표현이 걸린다. 어느 수준까지를 `정당한 거부이유'로 봐야 할 것인지는 제도 시행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은 셈이다.

주무 부처인 복지부도 이 부분에 대해선 속시원한 답을 못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라는 이유로 서비스를 거부한다면 `부당한 사유'임이 명백하지만 재가 시설이 없는 인근 지역에서 서비스 신청이 들어왔을 때 거리가 멀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할 경우 이를 제재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또한 인력난 등을 이유로 휴일.야간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무조건 페널티를 줄 수 만은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복지부 관계자는 "왕복 거리가 멀어서 못 가겠다고 하는 시설도 나올 수 있고 야간이나 휴일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도 있는데 이를 무조건 강요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장기요양 사업이 공적부조 사업이 아니라 결국 민간이 주체가 되는 사업이므로 거리가 멀 경우 교통비를 벌충해주는 등의 방안을 정부가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요양보호사 믿을 수 있나 = 노인 환자들을 직접 돌볼 요양보호사는 현재까지 복지부의 목표치였던 7만명 이상이 배출돼 수급에 차질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제도 시행의 첨병으로 활동할 요양보호사들의 자질이다.

치매 노인 등을 돌보려면 각종 관련 지식뿐 아니라 인내심과 봉사정신 등 인격적 자질도 요구된다. 요양보호사들이 노인들을 어떻게 다룰지 24시간 지켜볼 수 없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본인의 개인적 소양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제도 시행을 어느 정도 해봐야 문제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전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일부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 결석이 잦은 수강생의 출석회수를 늘려준다든지, 무자격 강사가 강의를 하는 등의 불법사례가 적발된 점이 우려된다.

복지부는 부실 교육 가능성이 있는 교육기관 과다설치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운영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현장 방문 점검과 우수교육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통해 교육기관의 불법 운영 사례를 적극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노인정책관실 관계자는 "도입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나 간호사 인력을 활용하면 되지 뭣하러 노인요양사를 양성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자기 할머니 할아버지 대소변도 못받는 젊은이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겟느냐. 결국 요양보호사로 양성된 40대 중년 주부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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