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서 촉발된 촛불집회의 전면에 나섰지만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평화적 촛불집회를 유도하기 위해 소속 의원들이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인간띠'까지 만들었음에도 갈수록 경찰의 강경진압과 폭력시위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비폭력을 내건 민주당이 '거리의 정치'에서 설 공간이 점점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외견상 초강경 모드다. 특히 당내 국민보호단 소속 의원들이 전경들에게 폭행당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등원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일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 27일 새벽 안민석 의원이 시위 현장에서 불미스런 일을 당한 데 이어 28일 밤에는 강기정 의원이 곤봉으로 허리 부위를 얻어맞고 김재균, 이용섭 의원도 소화기 분말 세례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한 당직자는 27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고,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와 강기갑 원내대표도 물대포 세례를 맞았다.
차 영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이 정권은 시민은 물론 야당 국회의원들마저 폭도로 몰고 있다"며 "현역 의원을 경찰의 곤봉으로 폭행한 것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천정배 의원은 개인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에게 재협상 실시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며 정치권과 시민단체, 시민의 자발적인 '1천만명 국민투표 청원운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등원론자는 물론 강경 기조를 보였던 의원들 사이에서도 자성론이 꿈틀대고 있다. 국민보호단이 비폭력 평화시위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음에도 집회 현장에서 연일 발생하는 충돌 사태를 막는데 역부족이라는 인식에서다.
일부 시위대를 중심으로 폭력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경찰의 강경진압 부분만 부각하면서 시위대의 폭력성은 침묵하고 있다는 보수 진영의 공격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꾸준히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한 재선 의원은 "시위를 진정시키지도 못하고 경찰 폭력을 막지도 못하는데 의원들이 쥐어터지기나 하고 자괴감이 든다"며 "의원들도 더 이상 이렇게는 못하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도권 재선의원은 "정부가 추가협상 결과를 발표했을 때 바로 등원했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쳐버렸다"며 "지금은 촛불집회 현장에 갈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원혜영 원대대표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중간에서 (충돌을) 막는 게 힘든 측면이 있고 한계가 있더라"며 "근본적으로 우리의 역할을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등원의 명분을 주지 않는 한 민주당 입장에서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국회 파행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시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명분과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 등원한다"며 "등원은 여당의 결단에 달렸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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