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전쟁 당시 충북 영동군에서는 한 경찰관이 처형 직전의 보도연맹원 30여 명을 살려낸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판 쉰들러인 이섭진 지서장의 발자취를 황현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입니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군인과 경찰에게 무참히 학살당하는 양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이른바 '빨갱이'로 몰려 죄없이 희생된 국민보도연맹 사건입니다.
보도연맹 사건으로 희생된 양민만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동군 용화면 용화리에는 보도연맹 사건과 관련해 특이한 비석이 있습니다.
'지서주임 이섭진 영세불망비'로 새겨진 비석에는 죽음의 구렁텅이에 내몰린 주민들을 자기 목숨을 걸고 살려준 이섭진 당시 지서장의 숭고한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섭진 지서장은 경찰신분임에도 보도연맹원을 소집해 은밀한 곳에서 처형하려는 군인들을 속이고 양민 30명의 목숨을 구해줬습니다.
[강형식(72)당시 생존자/영동군 용화면 : '여기는 하나도 없다. 여기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한 사람도 못 싣고 갔어요.]
당시 생존한 주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전쟁 중인 지난 52년 1월 십시일반 돈을 모아공덕비를 세우게 됩니다.
한국전쟁 중 보도연맹원을 살려줘 마을주민들이 세운 경찰 공덕비로는 이 비가 전국에서 유일합니다.
[박만순/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장 : 살려준 데 도움을 준 면장이나 그 지역 유지들에 대한 공덕비는 제주도를 포함해서 몇 군데 있습니다. 하지만 살려준 경찰, 지서장에 대한 공덕비는 대한민국에서 이것이 유일하거든요.]
독일 나치시대 유태인 천2백 명을 구한 쉰들러에 비유되는 이섭진 지서장.
60년 세월이 흘렀지만 영동 주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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