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물품의 거래를 중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에서 범죄를 통해 취득한 장물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방법이 전혀 없어 문제로 계속 부각되고 있다.
26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전문 절도범 천모(40)씨는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41차례에 걸쳐 빈 가정집과 회사 사무실, 대학 연구실 등에서 노트북 컴퓨터, 컴퓨터 모니터, 악기 등을 훔친 후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처분했다.
천씨는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거래를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계속 범행해왔기 때문에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가 장물의 현금화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장물을 판매하는 절도범이나 장물을 알고 받은 구매자는 사법처리할 수 있지만 사이트 관리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거래하는 자리만 빌려줬을 뿐이라서 제재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수료를 받고 `장터'만 빌려줬기 때문에 사건 외"라며 "관리자에게 장물 거래자로 의심되는 이용자를 스스로 규제하지 않은 데 대해 책임을 따지는 것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고품 사이트들은 이런 맥락에서 "㈜○○사는 상품판매와 직접적 관련이 없고 모든 상거래의 책임은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있어 책임을 일절 지지 않는다"는 정관을 이용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작년에는 연 매출 2천억원에 육박하고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모 쇼핑몰에서 명품코너를 통해 `짝퉁'이 대량으로 거래됐으나 피해는 쇼핑몰의 인지도만 믿고 거래한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업자로 등록해 영업하는 사이트가 아닌 포털사이트 카페의 형식으로 개설된 직거래 장터에서는 장물이 더 활발히 거래된다는 정황도 보이고 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지난 5월 한 청소년이 상습적으로 자전거를 훔쳐 포털사이트 직거래 사이트에서 성인들에게 팔아 현금을 챙긴 사실을 적발했다.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훔친 자전거를 팔아 용돈을 버는 게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인터넷 사이트 감시와 구매자를 가장한 접촉만으로 잡아낸 사례였다. 적발된 청소년도 안전한 현금화 통로가 확보돼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훔쳤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장물'이 판을 치고 있지만 해결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유명 중고품 거래 사이트 관계자는 "온라인 시스템으로 장물을 걸러낼 방법이 전혀 없어 우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라며 "중개 사이트들이 물건을 받은 뒤 하자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정산토록 하는 `안전거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장물에 대해서는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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