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건물에서 떨어져 뇌를 크게 다친 미등록 이주노동자 중국인 장슈아이(23)씨의 어머니 장푸펀(47)씨는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나병천 정형외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더듬더듬 한국어로 말했다.
지난 20일 부산고등법원 제2행정부(부장판사 김신)는 장슈아이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가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에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것이다.
장푸펀씨는 "슈아이가 다쳤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밥도 먹을 수가 없었고 웃을 수도 없었다. 돈도 없어서 이전 병원에서 쫓겨났는데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와 나병천 원장님이 도와줘서 슈아이가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울먹였다.
장푸펀씨는 남편 장후린(49)씨와 함께 60여일간 마산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번갈아 가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작년 7월 창원지방법원에 아들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소송 중이던 작년 11월 장슈아이씨는 5천여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기존에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강제퇴원 당했으며 현재 나병천 의사의 도움으로 무료로 치료를 받고 있다.
그 동안 경남외국인노동자사무소와 지역 언론은 장씨의 딱한 사정을 알리며 병원비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장씨의 대리인인 가야법률사무소 이정한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의 쟁점은 장씨의 사고가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업무 기인성)와 업무 수행과 사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상당인과관계) 여부였는데 재판부가 사고와 업무의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업무 중에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의 단속이 있다면 도피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고 도피 과정에서 상해나 사망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장씨의 사고는 업무로 인한 사고일 뿐만 아니라 계속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적으로 부수되는 것이다"라며 "이 점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장씨의 사례와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장씨를 단속할 당시 위법한 사항이 있었는지 검토해 조만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이철승 소장은 "장씨와 같은 사례가 전국에 500여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등록에 대해선 이주노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노동력 제공까지 금지해선 안 된다. 정부가 장씨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3월 학생 비자로 입국해 경남 창원시 모 전자업체에서 근무하던 중국인 장씨는 이듬해 5월 마산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해 공장 2층 창문을 통해 달아나다 붙잡고 있던 에어컨 줄이 끊어지면서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크게 다쳤다.
장씨는 다친 뇌의 일부를 들어내고 함몰된 부분에 인공뼈를 넣는 대수술을 3번에 걸쳐 받았지만 언어와 청각장애, 지적장애, 왼쪽 팔과 다리를 못 쓰는 반신불수가 돼 간병인의 도움이 없이는 활동하기 어려운 상태다.
(창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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