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건설기계노조가 파업 돌입 1주일 만에 상경 투쟁을 재개하는 등 다시 투쟁 수위를 높이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설노조는 지난 17일 정부가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 정착에 노력할 것 등을 약속하자 상경 투쟁을 끝내고 전국의 건설현장별 파업투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장에서 건설노조와 시공을 맡은 원.하청업체들이 핵심 쟁점인 유류비, 운반비 결정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표준계약서 체결과 덤프트럭, 굴착기 등의 현장 복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공사가 1개월째 전면 중단된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경우 건설노조는 15t덤프트럭 1일 운반비 25만원에 유류비는 사용한 만큼 시공사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지만 시공업체들은 유류비 포함 1일 32만원의 운반비 지급안을 제시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건설현장에서는 건설노조와 시공업체들이 표준계약서에 따라 1일 8시간, 월 200시간 건설기계를 가동하고 유류는 건설시공사가 현장에서 공급한다는데 합의했으나 1일 운반비에서 각각 20만원, 25만원을 제시해 5만원 가량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건설노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기름값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류비를 일정액으로 정해 계약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동안 상당수 현장에서 중장비 계약이 구두로 이뤄져 건설노동자들의 피해가 컸던 만큼 이번에는 표준계약서 체결이 반드시 이뤄지고 유류는 시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최대 건설현장인 서남부권 개발현장에서도 지난주 열린 건설노조와 시공업체간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됐다.
건설노조 대전.충청지부 관계자는 "시공업체들이 관련 법에 따라 표준계약서는 체결하겠지만 유류비 등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중장비를 직접 임대하는 하청업체가 모두 떠안기에는 부담되겠지만 발주처나 원청업체가 공동 책임지면 유류비, 운반비 타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는 정부가 지난해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하고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기계 가동 기준시간(1일 8시간, 월 200시간)과 대여료 현금 지급(15일 이내) 등을 포함한 약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아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리게 돼 있고, 표준계약서상 운반비와 유류비는 시공업체와 건설기계 임차인(건설노조 조합원)간에 현장여건을 고려한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도 협상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조 백석근 위원장은 23일 "지난 18일부터 현장으로 복귀해 개별협상을 벌였지만 전국 1천500개 현장에서 단 1건의 표준계약서도 체결되지 않았다"면서 "건설사들이 기름값 급등으로 인해 유류비를 지원하면 이익이 줄어들까봐 그러기 때문에 관급공사의 경우 정부가 계약금 자체를 올리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대전.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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