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7일 골프를 치러가다 제2중부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50.이비인후과 의사)씨와 박모(48.골프의류 판매업)씨 모두에게서 복어 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 검출됐다.
경기도 광주경찰서는 21일 "지난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김씨의 혈액에 대한 정밀감정에서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됐다는 구두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9일 박씨의 구토물과 위에서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테트로도톡신 중독에 의한 사고사로 잠정결론 지었지만 극미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복어 독 성분을 의사인 김씨가 왜 복용했는 지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 사건발생 및 복어 독 검출
고교 선후배 사이인 김씨와 박씨는 4월27일 오전 7시20분 원주의 골프장에서 운동을 할 계획으로 오전 5시15분께 서울에서 출발했으며, 오전 7시38분께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제2중부고속도로 하행선 경안톨게이트에서 이천방향 4㎞ 지점 갓길에 세워진 박씨 소유의 뉴그랜저승용차 안에서 특별한 외상없이 숨진 채 발견됐다.
변사체로 발견되기 1시간26분 전인 오전 6시12분께 이들이 동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 주유소에 들러 조수석에 탄 김씨가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한 사실이 폐쇄회로(CC) TV를 통해 확인됐으며, 화장실 쓰레기통에서는 홍삼드링크병 2개를 담은 비닐봉투와 주사기 1개, 캡슐 1개 등이 발견됐다.
이어 18분이 지난 오전 6시30분께 운전을 한 박씨가 광주소방서 119구급센터에 '숨쉬기가 힘들다. 약물중독'이라며 구조요청 전화를 걸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1차 감정 결과, 박씨의 구토물과 드링크 등에서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로 사용되는 졸피뎀과 클로티아제팜 성분이 확인됐지만 사인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과수의 정밀 감정 결과, 지난달말 박씨의 구토물과 위에서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됐고 이어 17일 김씨의 혈액에서도 테트로도톡신이 나왔다.
◇ 복어 독 성분 사건발생 사흘전 중국서 구입
의사 김씨는 사건발생 사흘 전인 지난 4월24일 중국 다롄(大連)의 약품취급회사 직원인 중국동포 박모(46)씨에게 500만원을 주고 캡슐 형태의 테트로도톡신을 구입한 것으로 계좌이체내역 조사에서 확인됐다.
김씨는 앞서 지난 2006년말 직접 중국으로 가 박씨에게 '마취제와 진통제 용도로 사용하겠다'며 테트로도톡신 캡슐 1개(1㎎)를 30만-40만원을 주고 샀으며, 이후 지난 4월24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2천400만원 상당의 테트로도톡신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실험용도 외에 테트로도톡신을 구입하기는 불가능해 김씨가 중국회사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복어 독의 주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은 복어의 알과 내장 등에 들어 있으며, 청산가리 독성의 1천배에 달해 단 1㎎만 먹어도 성인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맹독이다.
천연 맹독인 테트로도톡신은 신경통, 관절통, 류머티즘에 진통제로 사용돼왔으며 최근에는 모르핀을 대신해 말기암 환자용 진통제로 쓰이고 있다.
◇ '왜 복어 독 복용했나' 여전한 의문
테트로도톡신은 사건현장에서 수거된 주사기와 주삿바늘, 캡슐, 드링크병 2개 가운데 1개에서도 검출됐다.
박씨의 경우 구토물과 위에서 테트로도톡신이 나와 경찰은 박씨가 드링크병에 테트로도톡신을 타 마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혈액에서만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됐고 드링크병 1개에서는 검출되지 않아 김씨가 주사기를 이용해 투여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박씨가 구조요청 전화를 건 점으로 미뤄 주사기로 테트로도톡신을 투여한 김씨가 먼저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10시간이 소요되는 36홀 골프경기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변사자들의 금전 및 원한관계 조사 등 주변조사에서 용의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숨지기 직전 구조를 요청한 점으로 미뤄 약물중독에 의한 사고사로 보고 있다"며 "장시간 골프를 앞두고 피로회복 용도로 테트로도톡신 성분을 복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의사인 김씨가 맹독 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을 투여했다는 점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아 정확한 사건경위를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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