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4일 치러진 수능 모의고사에서 일부 문항의 출제 오류를 또 다시 인정했다.
수리영역 나형 28번 문항의 정답을 당초 ④번으로 발표했지만 정답에 오류가 있다는 수험생들의 지적을 받고 검토한 결과 문항에서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④번 외에 ①번도 답이 될 수 있다며 정답을 수정한 것이다.
물론 이번 시험이 학생들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모의평가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지난해 실제 수능에서 복수정답 인정으로 파문을 겪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상황이 재발한 터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논란이 된 문항은 = 논란이 된 수리 나형의 28번 문항은 자연수 n의 모든 양의 약수를 찾아 (-1)의 거듭제곱으로 만든 수들의 합을 구한 뒤 주어진 <보기>에서 옳은 것을 모두 고르도록 한 4점짜리 문항이다.
그러나 출제진이 <보기>에서 제시된 문자 m에 대해 구체적 조건을 달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됐다.
문자 m에 대한 조건이 없더라도 m을 자연수로 간주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 경우 <보기> 중 'ㄷ'은 참인 명제가 돼 정답이 ④번이라는 것이 당초 출제진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m에 대한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일부 수험생, 학원가 사이에서 제기됐고 평가원은 이를 검토한 결과 '문제 m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므로 m의 값으로 모든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결론에 따를 경우 당초 제시했던 ④번 외에 ①번도 답이 된다는 것이 평가원의 설명이다.
◇ 복수정답 오류 왜 재발하나 = 복수정답 오류가 발생한 데 대해 평가원측은 일단 모의평가 출제기간이 워낙 짧은데다 기출문제 시비로 인해 출제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본 수능의 경우 출제위원들이 34일 간 합숙을 하며 문제를 출제하지만 모의평가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15일 동안 출제를 마쳐야 한다.
게다가 과거 수능이나 시중 참고서에 나와있는 문항과 비슷한 문항이 출제될 경우 발생하는 '기출시비' 때문에 전체 출제 기간의 상당 시일이 이 기출시비를 방지하는데 할애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의평가가 아닌 지난해 본 수능에서도 복수정답 논란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평가원측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수능의 경우 이미 성적 결과가 발표돼 대학별로 정시전형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뒤늦게 평가원이 물리II 한 문항의 정답을 번복, 수험생들의 등급을 재산정하고 결국 평가원장까지 사임하는 사태를 야기했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올해 11월 본 수능에서도 재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정부의 '대입 자율화' 방침에 따라 대입업무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한 각 대학으로 이양되는 만큼 수능 시험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평가원 이양락 출제연구부장은 "시간이 짧다 보니 출제위원들이 완벽히 검토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복수정답이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 문항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본 수능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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