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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의 화해…연극 '침향'

죽마고우였던 강수와 성택, 하지만 좌익청년 강수는 일제때 순사였던 성택의 아버지를 죽이는 바람에 철천지 원수가 됐다. 성택은 56년간 낫을 갈았고 한국전쟁 당시좌익활동을 했던 청년 강수는 집을 도망치다시피 떠나 월북한다. 그리고 56년의 세월이 지나 강수는 고향을 찾았다.

56년만의 가족과의 상봉, 하지만 극은 그다지 격정적으로 감정을 처리하지 않았다. 담담했다. 극을 격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재회의 감격이 아니라 56년 전 친구였다가 원수가 돼버린 성택이었다. 성택은 56년간 낫을 갈았고 마침내 그가 고향에 오자 그 낫을 들지만 끝내 죽이지 못한다. 그렇게 원수였지만 성택은 낫을 버린다. 그리고 강수는 이 한마디를 전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한 마디를 하는데 한 평생이 걸렸구나'

56년간 기다려온 원수를 그렇게 용서할 수 있을까? 연극이 끝나고 연출을 만났다. 심재찬 연출은 그것에 이렇게 말했다.

"강수와 성택은 어쩔 수 없이 원수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택은 56년간 친구를 미워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도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세월에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풍상을 입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인간이고 인생이고 그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은 기다림을 주제로 하는 연극이라고 덧붙혔다.

"진정한 화해를 하기위해서는 시간, 기다림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었던 강수와 성택의 상황, 화해란 바로 기다림이라는 게 이 작품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성택과 화해한 강수는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중국으로 다시 떠난다. 그날 그 고향 마을에서는 '침향제'가 있었다.

沈香(침향).

처음 이 연극의 제목을 듣고서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연극을 한참보면서도 왜 연극의 제목이 침향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연극이 거의 끝날 즈음 침향제라는 말이 나왔다.

沈香祭(침향제).

나무를 땅 속에 묻어두는 의식으로 천년 간 묻어두면 나무에서 좋은 향이 나고 세상에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연극을 다 보고 극장을 나왔다. 그리고 걸었다. 비로소 침향의 의미가 나에게 전해졌다. '그 나무가 어떤 나무라 하더라도, 설령 그것이 썩었다 하더라도 세월은 그것을 다 삭혀 좋은 향으로 만들어 내리라………….'

*연극 '침향'은 우리나라 사실주의 연극의 거장으로 꼽히는 고 차범석 선생을 기념하는 차범석 희곡상 제1회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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