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원산지 표시의 의무화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가짜 쇠고기 조미료까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가 12일 적발한 짝퉁 쇠고기 다시다는 어느 나라의 쇠고기가 포함됐는지를 떠나 진짜 쇠고기가 들어갔는지 여부 등 성분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구속된 배모(55)씨 등 3명은 경기도 화성의 한 농가창고에 공장을 차려놓고 올해 5월부터 최근까지 유명업체의 다시다와 똑같이 만든 1㎏들이 포장에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분말을 넣는 방식으로 짝퉁 1만8천개를 제작, 1만3천개를 도매상들에게 유통시켰다.
다시다는 웰빙 열풍에 따라 가정에서는 잘 쓰이지 않고 주로 식당에서 사용하는 추세인데 각종 국과 찌개뿐만 아니라 조림과 볶음, 튀김 등 광범위한 요리에 사용되고 있다.
유통된 가짜 다시다 1만3천개 1만3천㎏은 업체가 권유하는 적정 사용량으로 추산을 해보면 260만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따라서 도매상 이후 유통과정이 오리무중인 만큼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유통됐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배씨 등이 작업장으로 이요한 농가창고의 경우 위생 상태가 열악해 중금속 등 이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보통 한 봉지에 4∼5%가량 함유되는 쇠고기 분말의 원산지가 광우병 위험지역일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 수사를 의뢰한 쇠고기 다시다 제조 업체는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가짜 다시다가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되지는 않았고, 식당 등 업소에만 공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가정주부 박은정(31)씨는 "먹을거리를 갖고 장난을 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신뢰를 흔드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고 원산지 표시가 엄격하게 지켜지더라도 저런 사람들이 있는 한 어떻게 믿고 먹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배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저가 다시다를 구입해 정품과 똑같이 만든 봉지에 담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재까지는 배씨의 주장일 뿐"이라며 "배씨가 저가 다시다를 구입했다는 공장이 어디인지 저가 다시다의 성분이 무엇인지는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압수한 가짜 다시다의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정확한 성분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과세를 피하려는 무자료 거래 때문에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식품이 유통돼 국민건강을 위협한다고 보고 도매상들에게 지정 대리점을 통한 정상거래를 당부하는 한편 다른 짝퉁들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