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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란 것에 대하여...

 SBS 오락 프로그램인 '진실 게임'이 이번에 폐지된다고 한다. '진실 게임'은 SBS의 장수 프로그램중 하나로 무려 9년 동안이나 방송됐다. 그만큼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무수한 정보가 난무하는 인터넷 시대에 사람들은 원초적으로 진실을 탐구하는 습성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진실 게임'의 아류작들도 많은 것 같다. 몇 가지 경우를 제시하고 이중 사실인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의 사진을 보여주고 과연 진실인지를 추적하는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1951년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당시 베니스 영화제에서 '라쇼몽'이라는 영화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진실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메시지 뿐 아니라 구성의 탄탄함이 일품이다. 또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특유의 영화적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영화인들에게는 기본 텍스트처럼 여겨지고 있다.

영화는 몇 가지 사실과 그리고 몇 가지 주장으로 구성됐다.

먼저, 사실: 1. 한 사무라이가 아내와 함께 산길을 가고 있었다.
                 2. 산적을 만났다.
                 3. 그 산적은 사무라이를 묶고 아내를 범했다.
                 4. 사무라이가 칼에 찔려 죽었다
                 5. 사건 현장에는 사무라이, 아내, 산적 그리고 목격자인 나무꾼이 있었다.

영화는 이제 사건 관계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본 '진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주장'한다.

1. 산적: 사무라이 아내를 범하고 나서 가려고 했지만 아내가 결투를 하라고 해서 결투를 했다. 그리고 그 결투에서 사무라이를 죽였다.
2. 아내: 산적은 나를 범하고 갔다. 그런데 남편인 사무라이가 나를 원망하고 책망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 혼절했는데 깨어나니 남편이 죽어있었다.
3.사무라이 영혼: 산적에게 당한 아내는 오히려 산적을 좋아했다. 산적을 따라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산적은 갔고 나는 불명예를 씻고자 스스로 자결했다.
4. 나무꾼: 아내와 사무라이는 다투고 있었다. 아내를 산적과 결투를 하라고 했고 산적과 사무라이는 결투를 했다. 결투 중 사무라이는 실수로 스스로를 찔러 죽었다.

영화를 보고나도, 4명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도 선뜻 사무라이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속단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무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가발장수가 "사무라이의 칼을 훔쳐간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없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나무꾼도 칼을 훔쳐갔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진실 게임. 진실을 탐구하는 이 영화는 한 편의 진실 게임이다. 오래토록 기억에 남아있던 이 영화를 얼마 전 연극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라쇼몽'의 연극버전 '나생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영화에서의 옴니버스식 스타일은 암전과 간결한 무대 연출로 긴박하게 넘어가는 호흡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쇼몽'의 핵심인 한 사건과 네 사람의 서로 다른 진술의 긴장감을 그대로 전해줬다. 거기에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믹한 웃음까지 더 해졌다.

사무라이 역을 맡은 배우 이건명 씨는 이렇게 이 작품을 평했다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교과서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왜 그럴까 해서 영화도 보고 대본도 보고 그리고 공연도 해 보니까 이 작품은 역시 구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구성이 예술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나아가 '도대체 진실이란 무엇인지' 약간의 화가 나기도 한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또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고 한다. 그냥 내가 보는 것만을 한정해서 그냥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상대방은 그냥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판단하고 그것을 믿는 것일까? 근데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나의 생각은 맞는 것일까? 에이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뭔지....................

작품의 끝에는 버려진 아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아이를 나무꾼이 데리고 가 키우겠다고 한다. 왜 다시 인생을 막 시작하는 한 아기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마무리 했을까? 많은 해석이 있었다. 하지만 그 해석 중 무엇이 맞을까 싶다. 저마다 자기의 입장에서 본 해석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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