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기세가 꺾일 줄 모르자 서민들의 한숨은 절망이 가득한 절규로 변하고 있다.
출퇴근 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기본이고 휘발유나 경유차를 가격이 더 싼 LPG차로 바꾸거나 아예 차를 팔아 버리려는 움직임마저 일면서 1997년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개인 용달업자 등 생업에 차가 필수적인 사람들은 자고 나면 치솟는 기름값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면서 좀처럼 일손을 잡지 못 하고 있다.
◇ "주유소 가격표 보기도 겁나요"
기름값이 연일 최고가 경신을 계속하면서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들은 가격표가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젖고, 주유소는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며 손님들 달래기에 급급하다.
서울 자양동에 사는 한 음료업체 간부 A(55)씨는 요즘 강남역에 있는 회사까지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는 "처음엔 운동 삼아 자전거를 시작했는데 요즘 기름값을 보면 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젠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싶어도 기름값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심명섭(34)씨는 "예전에는 집 근처로 장보러 갈 때도 승용차를 탔지만 요즘은 온 식구가 움직이는 일이 아니면 차를 타지 않는다"며 "유가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아 차를 팔아버리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라고 했다.
차가 먹고 사는 생계수단인 개인 용달이나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매일같이 장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기름값, 고속도로 이용료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거나 오히려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화물차로 자영업을 하는 차모(45)씨는 "최근 경유값이 휘발유보다도 더 가파르게 올라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이러다간 아예 입에 거미줄을 치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퀵서비스업체 대표 박홍기(58)씨는 "택배는 기름값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데 일감은 한정돼 있고 기름값이 오르니까 택배기사 수입이 30%나 줄었다"며 "택배가격은 업체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때문에 쉽게 올릴 수도 없어 고유가가 계속되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유가 폭등에 승용차 운행이 크게 줄자 사정이 어렵기는 주유소도 마찬가지. 서울 사직동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기름이 들어오는 가격이 워낙 높아 판매가를 올려도 이익이 늘지 않는다. 거리에 차가 줄면서 영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 휴일까지 겹치면 매출이 예전의 50%도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 기름값 아끼기 백태
시민들은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줄이려고 온갖 노력을 해보지만 유가와의 싸움은 힘겹기만 하다. 전국 주유소의 가격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http://www.opinet.co.kr)이나 입소문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먼 길을 마다 않고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거나 셀프주유소를 찾는 건 기본이다.
광진구의 회사원 서모(31)씨는 집에서 가까운 주유소를 두고 몇 ㎞ 떨어진 다른 주유소를 찾는다. 서씨는 "휘발유 가격이 동네 주유소 간에도 100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어 인터넷을 뒤져서 근처에서 가장 싼 곳에서 기름을 넣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나 서로 직장이 가까운 친한 이웃끼리 출퇴근을 함께 하는 '카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인터넷에도 차를 함께 타자고 제안하는 글이 쇄도한다.
20∼30대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절약 운전법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관련 사이트 등에는 ▲ 주유할 때 휘발유 가득 채우지 않기 ▲ 적정 타이어 공기압 유지 ▲고속주행할 때 창문 닫기 등의 절약 방법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카풀을 애용한다는 박모씨는 "출퇴근이나 주말에 고향에 다니러 갈 때 카풀을 많이 한다"며 "최근 기름값이 너무 올라 승용차 이용은 엄두도 못 내는데 카풀을 하면 교통비를 3분의 2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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