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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즉석 인터뷰] "현 정부, 교양도 철학도 없다"

[진중권 즉석 인터뷰] "현 정부, 교양도 철학도 없다"

[SBS 뉴스추적 박세용 기자의 취재후기] 촛불집회 현장서 만난 진중권 교수와 5분 인터뷰

박세용 기자

작성 2008.06.04 16:18 수정 2008.06.04 17: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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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3일)밤, 취재차 촛불집회 현장을 찾았습니다. '지지율 19% 정부'에 등돌린 민심.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시민들의 상당수도 쓴소리를 뱉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정권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막무가내 고시 추진에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진중권 교수를 만났습니다. 그는 아직 교수라기보다는, 거리로 나온 논객의 빛깔이 짙었습니다. 신랄한 꼬집기를 기대한 여러 언론사가 그에게 귀를 기울였고, 플래시를 연방 터트렸습니다. 힘들게 5분의 짬을 냈습니다. 다음은 진중권 교수와의 짧은 인터뷰 전문입니다.

▷ 박세용/SBS 보도국 뉴스추적팀

이명박 정부 통치 스타일을 한마디로 어떻게 정리를 해주실 수 있으세요?

▶ 진중권/중앙대학교 겸임교수

낡은 3공화국 방식의 통치 스타일인 것 같아요. 지금 대중들 시위 보셨죠? 누가 명령하지 않고 지휘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통제되면서 각자 아주 창의적인 플래카드들, 창의적인 퍼포먼스, 연주를 하면서 전체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잖아요. 이게 창발이거든요. 웹 2.0 시대에. 대통령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70년대 박정희 스타일입니다. 자기가 두뇌고 나머지 사람들은 뭐냐면 수족이 돼야 한다, 이런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니까 매스게임에 비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통치하는 것은 북한식 매스게임이에요. 누군가 프로그램 인(in) 하고, 사람들이 똑같이 열심히 움직여야 돼요. 그래야 그림이 나오는 거고, 그건 아주 획일적입니다. 입력한 것이 그냥 아웃풋이 되는 거 거든요. 그런데 시민들이 시위 속에서 보여주는 매스게임은 어떤 것이냐면, 새떼들의 수천, 수만의 새떼들의 매스게임이거든요. 누가 지휘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예상하지 못하는 그림들을 만들어 내지 않습니까? 이게 더 강한 거고. 이게 웹 2.0 시대에 커뮤니케이션 방식이거든요. 그런데 대통령은 시대에 뒤쳐져 있는 겁니다. 저쪽 과거로 돌아가서 국민들한테 오라고 하는 거에요. 뒤로 자꾸. 그러니까 국민들이 황당해하는 거. 그게 바로 현 사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세용/SBS 보도국 뉴스추적팀

그게 모든 정책을 밀고 나가는데 일관적으로 나타난다고 보십니까?

▶ 진중권/중앙대학교 겸임교수

그렇죠, 일반적으로 나타나잖아요. 보시면 알겠지만 문화부 자료에서 뭐라고 나옵니까, 국민들은 세뇌의 대상이라고 나오잖아요. 국민들을 이렇게 이렇게 하면 쉽게 세뇌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쇠고기 문제 나왔을 때도 국민들 계몽하면 된다 그래서 광고를 치잖아요. 방식이 그런 식이거든요. 그러니까 국민이 황당한 겁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누구 판단이 옳았냐. 국민 판단이 옳았거든요, 자기들이 잘못한 거고. 이제야 드러났지 않습니까? 그런데 틀린 판단을 가지고 국민들을 몸을 뜯어 고치고 정신을 뜯어 고치고, 개조하고 계몽하고 세뇌시켜서 데려가겠다, 이게 21세기에 가능한 방식이냐 라는 거죠.

▷ 박세용/SBS 보도국 뉴스추적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진중권/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시위에서 보라는 겁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예요. 한 사람의 브레인, 한 사람의 생각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냥 수족처럼 움직여서 경제가 발전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산업화 초기의 얘기예요. 대부분의 국민들이 농경이었을 때, 농경적 신체를 가지고 있었을 때 산업적 신체로 바꿔놓아야 하잖아요. 그때는 아마도 엘리트들이 앞서서 강압적으로 하는 게 의미가 있었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웹 2.0 시대거든요. 이번 시위를 보면 누구 하나 명령하지 않아도 다 자발적으로 하거든요. 경제도 마찬가집니다. 한 사람의 엘리트가 10만 명을 먹여살린다? 이거 옛날식입니다. 그게 아니라 경제 주체 한 사람 한 사람이 창발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끔 물러서서 자율성을 살려줘야 됩니다. 그래서 총체적인 효과로서 예상치 못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 이게 미래 경제 형태거든요. 그렇게 바뀌어야 하는데, 마인드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든 게 없습니다. 머리에.

▷ 박세용/SBS 보도국 뉴스추적팀

이 정부의 스타일이 왜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 진중권/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일단은 교양이 없습니다. 교양이 없고, 철학이 없고, 그 다음에 이 분이 자기의 성공신화에 너무 사로잡혀 있어요. 자기가 성공했던 게 뭐냐면 7080 이거든요. 말이 CEO지 CEO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7,80년대 7080시대에 CEO란 개념이 없었어요. 한국 경제가 창의성에 따라 발전하던 시대가 아닙니다. 노동력의 단순 투입이에요. 노동 시간 길게, 노동 시간 내에서 몸을 빨리 움직여라 이거 잖아요. 지금 스타일이 딱 그거 잖아요. 그리고 이 분이 CEO가 되려고 딱 한 번 되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BBK예요. 사실 아무 능력이 없고, 사실 자기를 성공시킨 그 스타일을 가지고 21세기를 통치하려고 하니까 (국민들이) 황당해 하는 겁니다. 국민들이, 뭐 저런 게 다 있어, 이거죠 한 마디로.

▷ 박세용/SBS 보도국 뉴스추적팀

촛불 집회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실 생각이세요?

▶ 진중권/중앙대학교 겸임교수

네, 시민들이 나오는 한 저는 진보신당에서 칼라TV로 인터넷 생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거든요. 시민들이 계속 나오는 한, 시민들이 집에 가지 않고 남아 있는 한 우리 TV의 카메라는 계속 돌아갑니다. 그 현장에 저도 있을 것이구요.

 

그는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그런 만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에 가시가 돋혀 있습니다. 10년 전 발간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부터 드러나 듯, 언어의 가시와 신랄한 풍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이번 정부의 머리에 든 게 없고, 교양이 없고, 철학이 없다며 말의 펀치를 확확 날려야 진중권답습니다. 거리에서 날리는 말 펀치는 집회 참가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극적이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박수가 터졌습니다.

그가 비판한 건 '대통령의 보수 색깔'이 아닙니다. 진보 색채를 띠라는 게 아닙니다. 진보든 보수든, 통치 스타일이 구닥다리라는 겁니다. 정치적 입장을 감안해 그의 날카로운 말을 무디게 듣더라도, 충분히 수긍할 만 합니다. 대학 강단에 서는 것보다, 군중 속에 녹아들어 거리를 활보하는 게 어울리는 사람. 너무나도 짧은, 5분이 지나자마자, 그는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 있는 경찰청을 향해 종종걸음 쳤습니다.

뉴스추적 '이명박 정부 100일, 등돌린 민심'편은 오늘밤(4일) 11시 15분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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