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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의료보험 시대 열렸나? ③

7.

'민영의료보험 활성화'가 불러올 디스토피아에 대해 상상해보겠습니다.(물론 유토피아를 설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어디까지나 주장의 하나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부터 알아보겠습니다.(또다시 멀리멀리 돌아가야 합니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앞에서 모든 국민이 가입하도록 돼 있다고 말씀드렸죠, 당연지정제는 이 건강보험을 모든 의료기관에서 적용받도록 정해져있다는 제돕니다. 선택이 아닌, 강제사항입니다. 모든 의료기관은 강제로 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습니다. 건강보험 환자를 받고 대신 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금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라는 감탄사가 나올 성싶은 건강보험 홍보포스터

건강보험 가입자는 이 제도에 따라 아무 병원을 찾아가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일 단계라면 진료비도 같습니다.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이 계약한 진료가격, 수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비보험가보다는 '저렴하게'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부담비율이나 비급여 등등 때문에, '저렴하게'는 '상대적으로'란 단서가 붙겠지만요.)

한국에서는 이처럼 건강보험이 '필수재'나 '당연재'로 여겨지는 건 당연지정제를 통해 의료의 접근성 향상과 의료비 상승 억제 효과를 국민들이 톡톡히 보고 있다는 이유가 큽니다.

당연지정제가 없다면, 집 앞 병원에 못 가고 산 넘고 물 건너에 있는 병원을 가야 할 지도 모르고,(접근성) 3천 원만 내면 되는 감기약을 3만 원 주고 사야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8.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를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당연지정제에 예외를 인정하는 걸로 시작하겠지요.

다양한 환자층에 맞는 다양한 의료서비스 개발을 당연지정제가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에 기댔습니다.

또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시킨다는 점도 거론했습니다.

앞선 주장은 훌륭한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병원이나 그냥 그런 병원이나 같은 수가인 상황에서 의료서비스가 다양화하거나 향상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뒤의 주장은 의료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경쟁은 실종되고 환자 진료를 많이 하기 위한

경쟁만 치열해진다는 얘깁니다.(뒷 주장엔 사실 행위별 수가제 문제도 있는데요, 이건 제껴놓죠.)

의사협회에서는 이 당연지정제가 영업활동의 자유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두 차례 내기도 했는데 헌법재판소는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의료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면서 의료산업 활성화를 꾀했는데요,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를 제시했었지요.

그러나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4월 29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현행대로 확고히 유지한다"고 말했고, 복지부는 5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건강보험 민영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천명했습니다.

9.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이상'대로라면, 우리는 집에서 되도록이면 가까운 병원에 가서 진료받을 겁니다.

가까운 병원이나 먼 병원이나 진료비도 같고, 의료서비스도 별 차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도시 병원 특히 서울로, 서울에서도 빅 4니 빅 5로 몰리고 있습니다.

의료전달체계를 다 뛰어넘어서요.

앞에서 진료비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해준다고 했지요?

그렇게 되는 이유는 계속 반복합니다만, 비급여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의료서비스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병원간의 질적 차이는 사실 이 비급여 의료서비스에서 나타나는데요, 문제는 점점 이 영역은 커진다는 거죠.

전체 의료비 규모는 커져만 가는데, 건강보험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그 공백을 메울 선수는 민영의료보험이 되는 거고요.

농구에서 식스맨이 아무리 잘한다 해도 스타팅 멤버 5명에 속하지 못하는 만큼, 경기에 나가는 시간은 그 5명보다 적을 텐데요, 이 식스맨이 주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출장한다?

그러면 식스맨을 주전으로 올려야지요.

민영의료보험이 아직은,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또 당분간은 그렇겠지만, 앞으로 민영의료보험이 보장하는 영역, 의료서비스 부분이 건강보험을 능가하는 상황이라면...

건강보험 가입자는 모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정작 원하는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안된다면,(그리고 민영의료보험은 적용된다면...) 그런 상황이 확대되고 만연해지면, 과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지금처럼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복지부의 "당연지정제 확고하게 유지"라는 公言이, 空言으로 들리는 건 그래섭니다.


                   


*갈수록 산만해지는데요, 다음편에 쓰려다만 얘기들 모아 마무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2003년에 SBS에 입사한 심영구 기자는 사회1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참 넓고 깊고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라면서 건강하게 오래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보겠다고 합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한 심 기자는 부부가 방송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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