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집권 초반부터 쇠고기 파문이란 혹독한 시련 끝에 얻은 교훈의 산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초반 부처 업무보고를 비롯해 각종 공식.비공식 행사에 참석해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이른바 'MB식 어법'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앞으로 외부 노출을 가급적 억제할 것이라고 한다. 다언의 부작용을 피해가겠다는 뜻이다. 많은 말들 속에서 'MB의 철학'이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앞으로는 말수를 줄이고 많이 듣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쌍방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가 국민의 눈높이를 잘 몰랐던 점이 적지 않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새롭게 시작하는 심정으로 일해달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의 질타를 피한 곳은 거의 없었다.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하면서 공직사회 변화의 진앙지가 됐으나 '자괴 속의 복지부동화'를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날인 31일 저녁 번민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쇠고기 반대 시위대의 요란한 함성이 청와대로까지 들리는 상황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법 하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중국에서도 수행단 중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일부 인사가 국정운영 방식을 놓고 조언을 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누구나 그렇듯 이 대통령에게도 양면성이 없을 수 없다"면서 "그동안 양면 중 한쪽면에 치중된 측면이 있다면 앞으로는 MB 본연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심함과 과감성이란 양면의 조화를 통해 원활한 국정운영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여의도식 정치'에 본능적.습관적이라고 할 정도로 거리를 둬왔다. 비생산, 비효율에 대한 오랜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이번 파문을 거치면서 정치의 비효율성이 갖는 여러 의미를 곱씹고 있는 듯 하다. 한 측근은 "정치가 무엇인지를 절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이 대통령은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이라며 "사색 끝에 잘못된 원인을 찾아내고 새로운 행동 양식으로 극복하는 이 대통령의 오랜 습성에 비춰 앞으로 상당히 달라진 면모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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