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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촛불집회 관련 뉴스

신문이나 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집단적 태도는 흔히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드러납니다. 지난 28일 SBS 뉴스는 촛불집회장에 앉아 있는 시민들이 기자의 현장 촬영을 거부하는 장면을 보도했습니다. 그들의 말은 소음 속에서 분명히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슨 SBS가 언론이라고 그래. 찍지 마세요.”라는 말이라는 것을 화면의 자막이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한 SBS 보도진의 용기는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집회 현장에서 나타난 취재진에 대한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까지도 덮어버리지 않고 보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반응을 쇠고기 논란 보도 전반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삼는 일입니다. 싸늘한 반응은 일차적으로는 8시뉴스가 집회와 관련한 사실보도를 소홀히 한다는 집회 참가자들의 불만에서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날 8시뉴스의 촛불집회 보도는 집회현장인 청계광장에 나가 있던 기자와 앵커의 문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기자는 “청계광장에는 2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기자가 집회 참석자를 터무니없이 적게 추산했다고 항의까지 했다고 합니다. 집회의 규모는 참가자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숫자입니다. 참가자 숫자를 과학적으로 추산하기 위해 고심하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경찰과 집회 주최자의 추산을 함께 보도하기도 합니다. 29일 뉴스에서 같은 기자가 전날의 집회 참가자를 3천 명이었다고 고쳐 말한 것은 좋은 태도였습니다. 이날 뉴스는 또 새벽의 거리시위 참여자 연행과정을 보도하면서 “상당수는 연행을 자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행에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고 응했다는 것과 연행을 자청했다는 것은 의미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바로 다음 뉴스에서 보도한 “내가 뭘 했는데 잡아가느냐?”고 항의하는 시민의 모습은 연행을 자청했다는 것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SBS 홈페이지에 쏟아진 댓글로 표현되었습니다. 어떤 신문은 시민들이 연행을 피하지 않는 태도를 ‘불복종’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어떻게 부르든 연행하려면 하라는 식의 태도가 경찰을 오히려 당황하게 만든, 전혀 새로운 시위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어야 합니다.

쇠고기 논란을 보도한 SBS 뉴스의 문제점이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사실인식의 착오에서 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뉴스가 자체적인 상황판단을 하지 않고 논란의 당사자들이 내놓는 주장을 나열하기만 한다는 점입니다. 뉴스비평은 이점을 되풀이 하여 지적하고 있지만, 별로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촛불집회를 놓고도 여야의 시각이 크게 엇갈렸다”는 지난 26일 뉴스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날 SBS 뉴스는 촛불집회의 성격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공방을 보도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촛불집회에 정치가 개입되면서 시위의 성격이 변질되는 것 같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거리로 뛰쳐나간 이유는 재협상 요구에 귀 막은 정부 탓”이라고 반박했다는 것입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 자체는 뉴스가 아닙니다. 정치가 개입됐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시위’의 성격이 변질되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야당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운천 장관 해임건의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무기력한 국회에 대한 시민의 불만을 민주당은 왜 외면하는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뉴스의 내용을 좀 더 심화시켰어야 합니다. SBS 뉴스는 거리시위가 흡사 합법과 불법, 따라서 허용과 진압의 분수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강조하는 정부쪽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촛불문화제는 정치적 구호를 자제하면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봇물 터지듯 시작된 도로점거 시위와 경찰의 강경대응이 되풀이되면서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한 25일 뉴스가 그렇습니다. 

뉴스는 독자적인 취재망을 동원하여 상황을 분석함으로써 촛불시위의 배후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쟁점에 대해 결론을 내리거나, 적어도 어느 쪽 주장이 맞는가를 시청자들이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5일 뉴스는 “게릴라성 시위가 심야까지 도심 곳곳에서 계속되고, 자전거를 탄 선발대가 미리 앞장선 것으로 보아 시위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주장과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는 집회 주최 측의 반박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났을 뿐입니다. SBS 뉴스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당선이 확실시 되는 오바마 의원이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게 이뤄졌다고 말한 것에 대해 오바마의 주장이 FTA가 한국에 유리한 협정이라는 증거라고 내세운 한나라당의 주장을 아무런 해석 없이 보도했습니다. 오바마의 주장이 대선에서 자동차 공업 노동자들의 지지를 노린 정치적 발언이며, 그의 주장으로 FTA의 유 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복잡한 논증 없이도 가능한 해석입니다.

촛불집회에서 만나는 시민들과 그 시간에 집에서 8시뉴스를 시청하는 시민들의 뉴스를 보는 눈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SBS 뉴스를 공정하다고 칭찬하는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광우병 공포’가 과장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여기서 자신의 판단을 배제하는 것이 과연 ‘공정성’인가를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판단의 유보가 아니라 공정한 판단을 추구하는 뉴스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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