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진보신당 등이 3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에 대해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왔다.
이로써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 '이명박 특검법' 헌법소원, 노 전 대통령 정치발언 헌법소원 사건 등에 이어 또다시 정치적 공방이 첨예한 사건을 떠안게 됐다.
헌재는 접수한 사건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 배당, 30일 이내에 헌법소원 청구 자체가 적법한지 '사전심사'를 거쳐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로 사건을 넘기게 된다.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 및 가처분신청의 경우 접수 다음날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던 것처럼 이번 사안도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중대 사건'인 만큼 신속히 전원재판부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처럼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동시에 들어오면 헌법소원을 처리하는데 평균 6개월, 길면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거나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으면 가처분신청을 먼저 인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법시험 1차에서 4번 떨어지면 4년간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사법시험령 조항과 관련해 헌법소원과 가처분신청이 들어왔었는데 가처분만 접수 17일만에 먼저 인용해 모든 응시자들이 시험을 치르게 하고 헌법소원은 나중에 결정한 바 있다.
반면 이명박 특검법 헌법소원 사건은 접수 13일 만에 '초고속'으로 결정을 내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자동 기각되기도 했었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먼저 결정할지 아니면 곧바로 본안 사건을 판단할지는 전적으로 재판관들의 판단에 달려있다.
사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되면 헌법소원 청구 취지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고시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이 헌법이 보장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생명권, 보건권을 침해하는지 판단하게 된다.
진보신당 등 청구인들은 "위생조건 고시는 '인간 광우병'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현저히 증가시키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국가에서 취해온 예방조치를 이유 없이 대폭 후진시킨 것이라서 위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 광우병'이란 게 전염 경로와 치료법은 커녕 아직 실체도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전염병이기 때문에 헌재가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논거를 만들어내는 일은 상당히 난해하고 국민이 바라는 만큼 신속하게 결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예로 보존기간이 지난 인간배아를 생명공학 연구에 사용 가능토록 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 2005년 3월 31일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도 과학적 검증 작업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3년 넘게 결정이 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또다시 정치·사회적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서 어떤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지에 국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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