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에 분개해 경북 김천에서 의병을 일으켜 독립운동을 한 왕산 허위(1854-1908년) 선생의 친손녀인 허가이 알렉산드라(78) 씨가 고국으로 돌아온다.
사단법인 고려인돕기운동본부의 김재영 연해주 본부장은 29일 "허위 선생의 넷째 아들인 허국(1972년 사망) 씨의 장녀 허가이 알렉산드라 씨가 하바로프스크의 베젠스키 꾸봐꾸봐에 살고 있으며 다음달 8일 꿈에도 그리던 고국을 찾는다"고 연합뉴스에 알려왔다.
알렉산드라 할머니는 운동본부의 '고려인 동포 모국방문 초청사업' 일환으로 연해주 일대의 고려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100여 명과 함께 고국 땅을 밟는다.
그는 이들과 6월 17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일정을 함께 한 뒤 국가보훈처를 방문해 특별귀화신청을 할 계획이다.
국가보훈처는 할머니가 귀화신청을 하면 DNA 검사 등을 거쳐 곧바로 조치할 방침이다.
김재영 본부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자동차로 비포장도로를 12시간 정도 들어가는 시골에서 알렉산드라 할머니를 만났는데, 아들 알렉(40) 씨와 함께 사는 집은 남루하기 짝이 없었다"며 "할머니는 30년 만에 한국에서 온 사람은 처음 만났다고 반가워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그는 "알렉산드라 할머니는 할아버지인 허위 선생에 대해 묻자 '아버지한테 늘 들어서 알고 있다'며 생생하게 증언했다"며 "고국에 꼭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2007년 국가보훈처로부터 왕산 허위 선생의 손자임이 밝혀져 특별귀화증서를 받은 허 게오르기(63) 씨와 허블라디슬라브(57) 씨 그리고 허씨종친회에서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허 벽(70) 씨는 "하바로프스크 어딘가에 친손녀가 살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연락이 두절됐었는데, 이번에 알렉산드라 할머니를 찾았다니 너무 반갑고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알렉산드라 할머니는 연해주 우수리스크시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그라데카에서 태어났으며, 1937년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아버지 허국 씨와 어머니 쉬라 알렉산드라(1939년 사망) 씨와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했다.
할머니는 1962년 고려인 남편과 함께 하바로프스크로 돌아와 정착했고, 북한의 김정일이 태어난 곳이기도 한 베젠스키에서는 1978년부터 살았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한 허위 선생은 슬하에 4남을 두었고,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 국장을 추서했다.
김재영 본부장은 "알렉산드라 할머니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올해는 허위 선생이 서거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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