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담은 장관 고시안을 발표하면서 8개월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통업계는 소비자 불안 해소와 국민 신뢰 확보가 선행되기 전까지는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다.
쇠고기를 재료로 사용하는 유명 외식업계 등도 소비자 불안 해소가 전제되지 않는한 수요가 기대만큼 안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대외 이미지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업계는 특히 광우병 우려 등으로 미국산 쇠고기 자체를 원천 거부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전면화할 수도 있는 데 주목하면서 판매 여부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 대형 유통업계 "상황 주시후 판단" = 주요 할인점,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최근들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판매하겠다던 종전의 내부입장을 바꿔 당분간 판매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앞으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안심 홍보와 여론 설득 등의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찾기 시작할 흐름을 보이거나 여론이 진정될 경우 판매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게 유통가의 일치된 입장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애초 미국과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직후에는 이르면 6월부터 판매하겠다는 구상도 가졌었으나 최근에 판매 시기를 기약없이 미뤘다.
이마트는 "새로운 상품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품류는 안전성 여부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현재로서는 판매 여부와 시기에 대해 아무 것도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판매를 하지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기 보다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소비자 여론 동향 등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세계 백화점은 한우 고급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면서 "향후 안전성 문제가 완전히 검증된 후 판매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협상 타결 이후 LA갈비 등 선호 부위를 발빠르게 들어오기로 하고 관련 수입업체와 접촉했었으나 최근 입장을 바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판매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다.
롯데마트는 특히 작년 7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업계 처음으로 재개하면서 매장 안에서 농민단체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홍역을 치른 터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태에서 굳이 매장 판매에 먼저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경쟁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하면 뒤따라 판매에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현재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입업자에게 미리 공급을 의뢰한 대형 식당가나 쇠고기 유통점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가 장관 고시 후 2주안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경우 미국산이 한우로 둔갑하는 사례 등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도 있는 만큼 미국산 쇠고기를 아예 취급하지 않겠다고는 말하기 어렵다"며 "대형마트 대부분이 일단 추이를 살핀 뒤 논란이 가라앉으면 판매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외식업계 "불신 이런데 어떻게 사용하겠나" = 쇠고기를 많이 쓰는 햄버거 체인과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예전부터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당분간 미국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맥도날드는 1995년 이후부터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쇠고기만 사용하고 있으며 여론 등을 감안해 미국산이 수입돼도 쓰지않을 계획이다.
버거킹도 1984년 한국에 진출하면서부터 호주ㆍ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쓰고 있고 글로벌 차원에서 앞으로도 이들 국가 쇠고기를 계속 사용토록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논란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부터는 100% 호주산만 쓰고 있는데 역시 이번에도 미국산을 쓰지않겠다는 방침이다. 베니건스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사용해온 호주산을 그대로 쓴다는 입장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패스트푸드 업체나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6개월에서 1-2년 장기계약을 통해 쇠고기를 수입하며 대부분 오랜 기간 한 거래선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여론까지 나쁜 마당에 미국산을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들도 당분간 미국산 수요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수요처인 대형마트나 대형 외식업체들이 미국산을 판매ㆍ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데다 일반 음식점에서도 별다른 주문이 들어오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모임인 수입육협의회(가칭) 관계자는 "수요가 아주 없다고는 보지않지만 실제 주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수입업체도 일단 소량만 수입해 시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토종한우전문점을 표방하는 '다하누'는 내달 3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사무소에서 창업설명회를 열고 한우직거래 가맹점 모집에 나서는 등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 따른 '틈새' 비즈니스 흐름도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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