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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미 쇠고기 수입 논쟁 뉴스의 객관주의 늪

미국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대한 한미 간에 합의를 둘러싼 논쟁이 헛돌고 있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재협상을 촉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수입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문제제기를 근거 없는 ‘광우병 괴담’이라고 맞섭니다. 언론역시 이 논쟁을 정리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쪽 주장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양쪽 주장의 가운데쯤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거나 할 뿐입니다.  

SBS 뉴스는 양쪽 주장의 가운데를 가고 있는 편에 속합니다. 지난 19일과 20일의 보도가 SBS 뉴스의 이와 같은 입장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9일 8시뉴스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문서화하기로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면서 이를 “쇠고기 검역주권의 명문화”라고 표현했습니다. 뉴스는 20일 수잔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서한을 통해 “모든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관세무역일반협정, 곧 GATT 20조를 인용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하면 한국이 검역주권을 발동해 수입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GATT 20조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중단에 앞서 그것이 우리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습니다. 이 점은 추가협의 결과를 발표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확인했습니다. 슈워브의 서한이 “수입중단의 문서화”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GATT 20조가 수입중단에 앞서 요구하는 전제조건을 SBS 뉴스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뉴스 자체의 분석이나 엄연한 사실의 보도가 아니라 시민단체의 반박이라는 형식을 통한 보도였습니다. “쇠고기 논란의 핵심이었던 검역주권 문제는 해소되었다”는 정부의 주장과 추가협의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을 대비시켰을 뿐입니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가 하는 자체 분석과 판단은 없습니다. SBS 뉴스는 정부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광우병 위험 논란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8시뉴스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뉴스는 단독 입수한 정부의 미국 도축장 점검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의 “말 바꾸기”를 비판했습니다. 2007년까지도 도축장의 실태가 ‘심히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던 정부가 이번 쇠고기 협상 타결이후에는 ‘우리가 평가할 때 안전하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이 아니라 사실판단조차 뒤바뀌는 우리의 현실을 고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미국 도축장 실태가 실제로 어떠냐는 보충취재와 자세한 보도, 그리고 판단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바로 “‘광우병 괴담’의 확산이 당혹스러웠다”고 말함으로써 헛돌고 있는 쇠고기 논쟁을 더욱 헷갈리게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수습을 위해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뉴스가 사태의 수습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완화를 우리 정부가 덥석 받은 것은 잘못인가, 아닌가? 추가협의 결과 주고받은 서신으로 광우병 위험을 제거하는데 충분한가, 아닌가? 충분하지 않다면, 미국 정부와의 위생조건 재협상이 가능한가? 당초의 협상이 잘못되었고, 재협상이 가능하지 않다면, 그 책임은 어느 선에서 어떻게 져야 하는가? 인간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광우병 위험은 무시해도 좋다는 주장이 타당한가, 아닌가? 현 상태에서 국민을 광우병 위험에서 지키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국민은 어떻게 해야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가 있는가? 등등에 대해 언론이 분명히 가닥을 잡아야 합니다. 양쪽 주장의 어느 편에 서거나, 양쪽 주장을 단순히 나열만 할 것이 아니라 양쪽 주장을 통합하면서 돌파구가 어디에 있는가를 제시해야 합니다.

FTA 비준을 쇠고기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논쟁도 뉴스가 ‘사실’을 제시함으로써 간단히 가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SBS 뉴스는 한국을 방문한 미국 구티에레스 상무장관이 “쇠고기 문제가 한미 FTA를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미국 의회를 설득하여 FTA 비준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을 서둘러 타결해야 한다고 재촉한 쪽은 바로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FTA와 확고하게 결부시킨 마당에 우리 정부가 쇠고기와 FTA를 연계시키지 말라고 야당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언론 역시 민주당이 FTA 비준을 쇠고기 재협상 주장과 연계시키는 것에 대해 시비할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일 8시뉴스의 마무리 말은 “FTA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불과 몇 달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도 역시 보통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마무리 말입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인용되는 인터뷰들을 보면 시민들은 정치권이나 언론의 의식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를 ‘광우병 괴담’에 휘둘리는 대상으로만 보느냐”는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의 논조가 시민의 의식보다 너무 앞서는 것도 문제이지만, 한참 뒤떨어진다면 더욱 큰 문제입니다. 뉴스는 애매한 입장을 합리화 시켜주는 객관주의의 늪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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