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에 인공호흡을 제대로 할 줄 아는 구급대원이나 인명구조대원만 있었다면 아까운 목숨을 더 구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울 따름이지"
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충남 보령시 남포면 죽도 바닷물 범람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5일 죽도 주민들은 수색작업 준비로 분주한 선착장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든 뒤 사고 당시 절박했던 상황들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대화를 나눴다.
주민 이모(55.여)씨는 "파도하나 없이 잔잔했던 바다가 갑자기 돌변했다"며 "10m가 넘는 파도가 친 다음에 소용돌이가 일면서 제 아무리 기량이 좋은 수영선수를 데려다 놓더라도 수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사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단 한번의 파도에 한꺼번에 휩쓸려 나간 관광객 10명 정도가 머리만 보인 채 둥둥 떠다니니 이 곳 주민들도 놀라서 난리가 났었다"며 "때마침 선착장 쪽은 정박하려던 배가 있어서 사고를 목격하고 달려 온 주민들과 함께 구해냈지만 갯바위쪽은 몇명이 휩쓸려 갔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집에서 들고 나온 이불과 옷가지 등으로 구조한 사람들을 덮어준 뒤 어설프게 인공호흡도 해주고 입에서 이물질도 꺼내줬다"면서도 "일찍 구한다고 구했는데도 숨진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다른 이모(54.여)씨는 "그동안 서해안 기름피해 때문에 손님이 없다가 어제는 연휴에다 워낙 날도 좋아서 그런지 주차장이 꽉 들어찰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며 "죽도는 물도 얕아 놀기도 좋고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또 낚시를 하면 조그만 우럭과 놀래미 등 물고기들이 잘 잡히는 데 이번에 사고를 당한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갯바위에 서서 낚시하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풍이 와도 이런 상황이 없었다. 갯바위쪽은 누가 빠져서 휩쓸려 갔는지도 모른다. 방파제 틈도 잘 살펴봐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물에 빠진 사람들이 놀랍고 무서웠는지 구조하는 주민들의 팔을 붙잡고는 놓지를 않았다더라. 너무 놀라고 슬퍼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사고 이후 아무일도 못한 채 집에서 떨며 보냈다"고 사고당시를 회상했다.
어민 강모(54)씨는 "사고가 나자마자 구조되거나 인양된 희생자들은 이곳 주민들이 직접 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며 "애써 구조해놓고도 인공호흡을 못해서 숨진 분들이 많은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또 "지난 4일의 만조시간은 사고시각 보다 2시간 더 있어야 하는 오후 2시30분께였는데 '이번 사고는 만조 때문'이라는 기상청의 설명은 거짓말"이라며 "선착장을 파도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높이를 높이는 등 보강공사를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예산타령만 하며 묵살하더니 결국 이 같은 사고가 난 것"이라며 행정당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보령소방서 관계자는 "죽도에서 6km 떨어진 곳에 신흑119안전센터가 있었고 사고당시 출동에서 도착까지 7분이 걸렸다"며 "신흑센터에서 출동한 구조대원 4명과 구급차 1대가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했으나 돌발상황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낮 12시40분께 보령시 남포면 죽도내 선착장, 방파제와 500여m 떨어진 인근 갓바위에서 낚시객과 관광객 등 수십여명이 갑작스럽게 범람한 바닷물에 휩쓸리면서 가족 나들이에 나섰던 박모(36.연기군 금남면)씨 부자 등 9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령=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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