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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묻지마 살인' 현장 검증…가족들 오열

"18살 여고생이 길바닥에서 무참하게 죽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발 대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가해자의 현장검증 현장에서 오열했다.

지난 26일 강원 양구에서 운동 중이던 여고생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이모(36) 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29일 양구읍 서천변에서 실시됐다.

이 씨는 양구경찰서가 오전 10시부터 서천변에서 실시한 현장검증에서 운동 중이던 여고생 K 양을 갑자기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과정을 비교적 담담하게 재연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이 씨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한 잡화점에서 구입한 뒤 서천변 공원으로 이동해 벤치에 앉아 있던 중 지나가던 K 양 등 여고생 2명을 15m 가량 뒤따라가 K 양을 흉기로 살해하는 과정을 태연하게 재연하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나 현장 검증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항의와 이를 제지하는 경찰 사이의 마찰로 혼잡을 빚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미 지난 24일 같은 장소에서 운동하던 아주머니를 누군가 덮치다 달아난 사건이 있었지만 경찰이 늑장 출동하고 사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예고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를 문책하고 제대로 대책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K 양과 함께 산책하던 여고생 친구의 아버지 김모(47) 씨는 "딸의 전화를 받고 경찰과 현장에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는 데 경찰은 실제시간보다 8분 가량 일찍 도착해 범인을 제압했던 것으로 조작했다"면서 "현장에 가보니 범인이 경찰을 기다리며 '딸이 죽어가고 있다. 112에 신고하라'고 말하고 반항해 내가 경찰보다 먼저 제압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현장검증 주변에서 '이명박 대통령님 비참하게 죽은 영혼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세요', '묻지마 살인 방치한 경찰 책임자 처벌하라' 등의 문구를 들고 항의했으며, K 양의 어머니(49)는 딸이 최후를 마친 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해 주위의 눈시울을 붉혔다.

양구읍 주민 50여 명도 순박한 산골마을에서 벌어진 잔혹한 '묻지마 살인' 사건의 현장검증 과정을 관심깊게 지켜봤다.

한편 범인 이 씨는 지난 28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심사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이려 했기 때문에 여고생이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밝혀 이른바 '묻지마' 범행의 잔혹한 일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양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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