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장수 기업을 말할 때 100년 기업을 예로 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10년을 못 넘기고 사라지는 기업이 부지기수입니다. 실제로 한 자료를 보면, 1965년 매출액 100위권에 존재했던 국내 기업 가운데 2004년에도 살아남은 기업의 비율은 12%에 불과했습니다. 100년 동안 기업이 유지된 다는 것은 사실 모든 기업의 꿈이나 다름없습니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경영혁신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R&D)에 큰 돈을 투자하기도 하고,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거나, 돈이 될만한 새로운 사업에도 기회만 된다면 손을 뻗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돈 좀 있다' '자본 동원력 좀 된다'는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방법이 바로 기업 인수합병(M&A)입니다.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M&A 시장이 요즘 '많이' 시끄럽습니다.
남매 VS 형제
주식시장을 보면, 최근 5일 동안 73%나 급등한 주식이 있습니다. 이 주식은 오늘도 상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바로 제일화재인데요. 업계 6위인 제일화재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입니다.
발단은 업계 5위인 메리츠 화재가 이 제일화재에 대해 적대적 M&A에 나서면서였습니다.
메리츠는 '지금이 손보사 대형화의 적기다'라며 덩치를 키우기 위해 M&A에 나선 것입니다. 증권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기업 집단이나 시중은행들이 보험사 인수를 잔뜩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시장에 남아 있는 보험사를 M&A하지 않으면 영영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메리츠 화재는 한진 창업주인 故 조중훈 회장의 4남 조정호 메리츠화재 회장이 이끄는 회삽니다.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둘째형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측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자 김승연 회장의 한화 그룹이 소위 '백기사'로 나섰습니다. 우선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집을 통해 제일화재를 인수하고, 장기적으로는 한화 손해보험과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메리츠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지만 인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고요.
결국 주식 공개 매수를 통해 경쟁을 벌이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양쪽 다 '자금력엔 자신이 있다'고 하는데, 누가 승자가 되건 출혈이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메리츠 화재는 M&A에 실패하더라도 이미 사들인 제일화재 지분의 매입단가가 만 원 안팎에 불과해 나중에 엄청난 주가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제일화재나 메리츠에게는 피말리는 싸움입니다. 하지만 그룹 오너의 형제들이 뭉쳐 격돌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되면서, 세간에는 흥미진진한 '가문의 대결'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펀드 VS 경영진
또 시끄러운 곳은 지난 62년의 역사의 '간장명가' 샘표입니다.
발단은 박승복 회장이 11년전 대표이사직을 아들인 박진선 현 사장에게 넘겨주면서 시작됐습니다. 박승복 회장의 동생인 박승재 당시 사장 측이 반발하면서 지분 24.1%를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펀드인 마르스 펀드에 넘긴 것입니다.
마르스 펀드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 경영권 참여를 요구했지만, 현 경영진은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이 있다면서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지난 4일 주당 3만원에 주식 89만여 주(20.03%)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발표했고, 오늘 마감됩니다. 여기서 현 경영진과 그 우호지분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한다면 이사 선임 등을 통해 경영 개입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외국계 자본이 아닌 국내 증권사 사모펀드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것은 처음입니다.
이에 대해 샘표 측은 마르스 펀드가 단기 차익을 노린 것이다라고 공격하고 있고 마르스 측은 경영을 투명하게 개선해 실적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맞받아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풀무원 또한 샘표 측 백기사로 가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쪽도 말 그대로 점입가경입니다.
이번 건의 경우에, 개인적으로는 대표적인 장수 기업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은 보기에는 좋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시점은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에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경영권까지는 아니지만 '소액주주운동을 통한 기업가치 향상'을 기치로 출범한 '장하성 펀드'가 있습니다. 출범 만 2년의 기간 동안 미완이란 평가도 있지만 투자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문제점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고, 다수 기관과 소액주주들의 호응도 얻어냈습니다.
물론 펀드가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속내를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어떤 결론이 나든 경영 투명성 강화는 샘표가 해내야만 하는 과제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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