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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키아누 리브스? - 4월 세째주 개봉영화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지난주 극장가에서는 전직 특수요원이 자신의 딸을 납치한 놈들을 응징한다는 내용의 외국 영화 [테이큰]이 1위를 차지했네요. 한쪽에서는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주장이 있고, 반대쪽에서는 폭력적인 영화가 현실 세계에서 범죄를 부추긴다는 주장이 있는데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난감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도 눈길을 확끄는 영화가 별로 없고 제가 본 영화도 별로 없네요.

 올들어 해외 스타들의 방한이 잇따르고 있는데 16일에는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7일에는 [스트리트 킹]에 출연한 키아누 리브스가 각각 한국을 찾았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개봉할때면 주연배우와 감독이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기자회견을 하고 팬들과 만나는 일정을 갖습니다. 이전에는 도쿄나 홍콩을 자주 찾고 우리나라는 그냥 통과했었는데 요즘 들어 한국 시장이 아시아권에서 '테스트 베드'처럼 중요해지고 커지면서 자주 찾는 것이죠.

      

영화 담당 기자들은 이런 스타들을 취재할 때는 보통 때와 다른 형식을 접합니다. 국내 인물들을 취재할 때보다 많이 까다롭고 불편한데 뭐 워낙 유명한 사람들이니까 감수하고 그랬었는데 이번에 방한한 키아누 리브스는 그 정도가 좀 심해 취재진들의 빈축과 반발을 많이 샀습니다. 방한 일시와 방법을 철저히 비밀로 하고 방한 열흘 전쯤 취재진의 명단을 미리 제출받아 아이디를 발급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것 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는 취재진의 숫자를 제한해 취재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많은 매체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 부분은 항의가 잇따르자 뒤늦게 개방하기로 했답니다.)

 또 일부 기자들을 위한 시사회에 앞서 영화 앞부분에 LA의 한국인 갱이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의 총격을 받아 죽는 장면이 나오고 한국 욕설도 나오고, 키아누 리브스의 인종차별적인 대사도 나오는 부분을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기도 했고, 16일 2차 시사회에서는 앞머리에 이런 공지사항을 다시 요청했다고 합니다. 물론 영화 개봉 전에 ‘한국인 비하 논란’같은 부정적인 기사가 나와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까하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통 중요한 반전이나 스포일러 같은 경우는 리뷰 기사 등에서 가급적 노출을 안하는 것이 암묵적인 규정처럼 작용하고 있는데 이 영화의 경우는 초반 에피소드인데다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LA에 한국인 갱이 등장하는게 뭐 어떠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 부분을 노출시킨다고 관객들이 발끈할 것 같지 않다는 거죠.

 배우들이나 유명인 인터뷰를 하다보면 까칠한 태도에 상처받기도 하고, 살인적인 스케줄에 지칠 법도 한데 친절한 태도로 정성을 다해 답변하고 유머와 팬서비스까지 곁들여 감동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자들도 사람인지라 좋은 인상을 받으면 아무래도 기사도 호의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잠재 관객인 시청자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를 위해 우선 기자들을 감동시키고 자기 편으로 만드는 스타들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직배사의 경직된 태도도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책임있는 간부가 미국 본사의 요구와 한국의 취재환경의 특수성 사이에서 잘 설득하고 설명하고 조정을 했더라면 조금 더 매끄럽게 진행됐을텐데 본사의 요구사항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 모습도 안타깝더군요. 결론적으로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를 포함한 체제비도 만만치 않을텐데 '저러려면 뭐하러 왔나. 안 오느니만 못했다.'라는 결론이 나올 것 같아 넓은 오지랖 차원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킬 위드 미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다이안 레인이 쌩얼로 나오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FBI 사이버 범죄 수사대 요원으로 밤낮을 거꾸로 사는 설정이니 꽃단장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넷과 UCC라는 소재에서 출발하는 착상이 좋습니다.

 인터넷에 [킬 위드 미]라는 사이트가 뜨고 납치한 시민을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이는 장면을 생중계하는데 접속자 수가 늘수록 살인 집행의 속도가 빨라지는 엽기적인 살인마가 등장합니다. FBI가 심혈을 기울여 범인을 잡으려고 하지만 컴퓨터의 전문가인지라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범인을 잡으려는 FBI 요원까지 납치됩니다. 주인공은 피해자들이 UCC에 떠도는 특정 동영상과 관련있는 인물이라는 단서가 잡힙니다.

      

호기심이 늑대를 죽였다가 아니라 호기심이 사람을 죽이는 기도 안차는 아이러니앞에 절망감이 앞서게 만듭니다. FBI가 생방송으로 '여러분들이 접속하면 희생자의 죽음이 빨라집니다. 제발 자제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데 접속자수는 더욱 늘어납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성이라는 보호우산 아래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의 모습이 비교적 일찍 드러나고 그의 컴퓨터와 인터넷, 화학 약품 등을 이용하는 범죄 수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첨단을 걷습니다. 이야기 구조도 매끄럽고 결말도 나름 산뜻한데 분위기 자체는 음울합니다. 영화의 무대가 포틀랜드인데 마치 영국처럼 비도 자주오고 흐린 날씨가 자주 등장해 어두운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어 줍니다.

이밖에 얼마전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가 2년전 출연한 마약 중독 커플의 사랑을 다룬 [캔디]와 병원 의사들이 사람을 죽여놓고 어떻게 죽였는지 알아맞추기 게임을 벌인다는 [패솔로지], 인권위 프로젝트인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영화 [별별이야기:여섯 빛깔 무지개] 등이 개봉되는군요. 얼마남지 않은 배터리 잔량으로 금요일까지 잘 버티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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