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토의 최남단'으로 널리 알려진 섬, '마라도'.
몇해 전 모 이동통신사의 TV광고에서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카피가 등장해 유행하면서 실제로 이곳엔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자장면 식당은 여러곳 생겼지만 정작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주민들의 영혼을 살찌울 교육·문화시설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제주도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30분은 더 가야 만날 수 있는 면적 0.3㎢, 인구 70여명의 이 작은 섬에서 유일한 '지식 공간'은 이현진(3학년) 군, 라해진(1학년) 양, 정수현(1학년) 양이 다니고 있는 가파도초등학교 마라도분교뿐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드디어 자장면보다 더 주민들을 배부르게 해줄 '마을 도서관'이 생겼다.
NHN㈜의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지난 11일 마라도분교에 책 2천여권을 지원해 59번째 '네이버 마을 도서관'을 열게 된 것이다.
20여평 남짓한 작은 교실의 네 벽면이 2천여권의 빳빳한 새 책들로 가득 메워지자 아이들의 눈빛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무슨 책부터 먼저 읽어야 할지 몰라 이책 저책을 뽑아들고 책장을 넘기느라 바빴다.
소설 '괴물'을 놓고는 서로 먼저 읽겠다고 행복한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책이 이렇게 많이 생겼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해맑은 미소와 함께 그저 "좋아요"라고 수줍게 대답했다.
지난해 9월 이곳에 부임한 담임교사 현종환(29) 씨는 "이전에 있었던 책들은 대부분 80~90년대 나온 책들이라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지 않아 늘 아쉬웠는데 이런 도서관이 생겨 매우 기쁘다"며 "좋은 책이 많이 들어왔으니 아이들과의 방과후활동에도 충분히 활용하고 학부모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측은 이 섬에 처음으로 들어선 도서관이 전체 주민들에게도 행복한 쉼터가 될 수 있도록 '바리데기', '88만원세대' 등 성인을 위한 소설과 인문.사회.과학 서적들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그림같은 푸른 바다와 초원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의 섬 마라도가 '마을 도서관'과 함께 문화와 지식의 향기로 한층 더 그윽해지는 순간이었다.
네이버는 올해 말까지 전국 산간 지역에 이 같은 마을 도서관 20여곳을 더 개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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