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시는 물 속에도 우주 기술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수기의 시초가 바로 '우주'다.
SBS는 오는 4월 8일 우주인 발사를 앞두고 3일 방송한 SBS 생방송 투데이 <2008 스페이스 코리아 알고보면 우리도 우주인>에서 우주 환경이 인류에게 가져다 준 '미래의 대안'들을 조명했다.
지구를 떠나 우주 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의 생존을 가능케하는 필수 항목은 바로 '물'이다. 지구에서 식수를 조달해오지만 정거장 내 모든 우주인들이 장기간 먹고 마시고, 씻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우주인들은 이온 여과장치를 이용해 소변도 식수로 여과해서 쓴다. 이는 중금속과 악취를 걸러낼 뿐만 아니라 물을 끓이지 않고 즉석에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상으로와서 발전된 형태가 정수기이다.
우주 환경은 극저온, 고온, 방사선의 위협, 무중력 상태 등 변수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우주 공간에 인간은 우주 정거장을 설치했고, 그 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다.
이 중 지구와 구별되는 대표적인 우주 환경이 바로 '무중력 환경'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는 "어떤 느낌인지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공기 중에 그냥 본인이 붕 떠있는, 무게가 하나도 안 나가는 그런 느낌"이라고 무중력 상태를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무중력 환경에서 우주인들은 특별한 방법으로 식사를 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음식물이 떠다니면 기계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식품, 우주인 생존 위해 안전성·경량화·장기 저장 기술 고려해 제조
우주 식품들은 주로 캔이나 튜브에 넣어 고체 상체로 보존된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성수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우주 식품을 제조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전성, 무게를 줄이는 경량화 기술, 그리고 장기 저장 기술이다.
철저한 무균처리 끝에 완성된 동결, 건조 식품은 진공팩에 담겨져 밀봉 형태로 포장된다. 여기에 튜브를 삽입하고 뜨거운 물을 붓고 흔들면 우주 식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음식의 부스러기를 최소화해야 될 뿐 아니라, 식품을 우주선에 싣는 과정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kg당 약 3,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예컨대 일반 주먹밥은 대개 무게가 125g정도 나가는데, 수분을 뺀 동결 건조 주먹밥은 47g 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에 우주인 이소연 씨가 가져갈 한국형 우주 식품은 8일분 메뉴가 불과 4kg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식품을은 모두 10종으로 이는 밥, 김치, 볶음 김치, 된장국, 고추장, 라면, 생식바, 홍삼차, 녹차, 수정과 등이다.
이러한 기술을 일반인들이 자주 먹는 식품에 응용한 사례가 바로 라면 등의 동결 식품이나 레토르트 식품이다.
장기 체류 우주인 '수경 재배'로 식량 보충…농업 분야 새로운 가능성 열어
한편, 우주에서 장기 체류하는 우주인들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이들은 무거운 식량대신 물과 씨앗을 우주로 가져가 생육이 필요한 물과 양분을 공급해 직접 작물을 재배한다.
이를 '수경재배'라고 하는데, 이는 나사(NASA)가 행성탐사나 오랜 우주여행에서 자급자족하기 위해 개발한 작물 재배 방법이다. 수경재배는 작물이 우주 환경에서 잘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관념을 깼다.
최근 일반 농가에서는 이러한 수경재배를 통해 수익을 늘리고 있다. 예컨대 일산의 한 수경재배 농가는 2,000㎡에 18가지 작물을 재배하는데, 1일 수확량이 약 1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수경 재배는 물과 양분을 잘 흡수하는 수엽 뿌리 작물에 적용이 가능하다. 물이 흐르는 도랑에 영양분을 섞어 도랑 못지 않은 양분을 공급하는 원리다. 또 땅이 없는 곳에서도 농사가 가능하기 때문이 일반 농업보다 생산량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수경재배는 최근 토마토와 같은 작물에도 널리 확대 응용되고 있다. 이는 갈수록 토양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SBS 인터넷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