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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 작별 - 4월 첫째주 개봉영화

오랜만에 소식 전해드립니다. 제가 지난 주에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가기전 출장 준비, 돌아와 정리하느라 경황이 없었고, 현재도 별로 없습니다. 행여 제 메일을 기다리신분이 계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일주일 동안 미국 드림웍스를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답게 우리가 참고해야할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이 지면을 통해 차차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극장가는 전형적인 비수기라서 주말에 1위 영화의 관객수가 [추격자]가 잘 나갈때 기록했던 평일 관객에도 못 미치고 있네요. 이번 주에도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되는데 제가 본 것 가운데 다큐멘터리 영화 위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느 날 그 길에서(황윤 감독, 주연 : 지리산 주변 야생동물들, 로드킬을 연구하는 분들, 전체관람가)

      

 지난 주 개봉했지만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라서 소개해 드립니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동물 다큐멘터리인데요. 서울에서는 동숭동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와 롯데 시네마 건대점에서 상영중이고 각 지방 대도시 예술영화 전용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 갖가지 동물들을 보고 기뻐하는 모습에 흡족해하는 효과 덕분에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는 동물원, 그 동물원의 시멘트 바닥과 철창안에서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동물들을 그들의 시선으로 지켜본 [작별]과 함께 교차상영되는데요. 인간의 입장이 아니라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역지사지 또는 다르게 생각하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의 덕목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강조해줍니다.

 도로를 지나며 고양이나 새같은 짐승들이 차에 치여 죽은 모습을 종종 목격하면서 ‘멍청한 저 놈들은 왜 길에 나와서 저렇게 죽을까’하고 그냥 ‘재수없다’를 중얼거리며 지나치곤 했는데 야생동물들이 왜 인간인 만든 도로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에 치어 숨지는지, 또 그 실태는 어떤지에 대한 다소 충격적인 보고서입니다.

 좁은 땅덩어리의 우리나라에 국토 면적 대비 도로 비율이 세계 1위 인지라 1제곱킬로미터에 1킬로미터의 도로가 있다는 사실, 왠만한 야생동물들은 행동반경이 1킬로미터를 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험한 도로를 건너다닐 수 밖에 없다는 사실, 해마다 도로에서 희생되는 각종 동물들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 개발과 발전이라는 인간의 행위가 땅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동물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담담하지만 힘있게 보여줍니다. 특히 연구자들이 차에 치여 신음하는 삵을 구조해 응급치료를 한 뒤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냈는데 얼마 안가 사고를 당했던 그 자리 주변에서 희생당하는 모습은 종의 구분을 떠나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동물과 야생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집중해온 황윤 감독 작품으로 교조적이지 않은 생태학 교과서 같은 영화로 자녀분들과 함께 봐도 좋은 교육적이고 교훈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식코(감독:마이클 무어, 12세 관람가)

      

 

미국인으로 살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 마이클 무어가 이번에는 미국의 의료보험체제의 문제점에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의료시장에서 미국 정부가 채택한 민영의료보험 체제의 문제점을 차근 차근 고발합니다. 이전 영화들에서 보여준 자극적인 선동이나 무작정 치고 들어가기는 다소 줄어들었는데 여기서도 9.11 희생자들 가운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앞에서 해상시위를 하는 모습 등에서 악동같은 면모를 다시 보여줍니다.

 피해자들의 다양한 피해 실태와 사례를 보면 ‘저 나라가 살기 좋다는 미국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차근 차근 보여주고 왜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는지는 클린턴 정부 시절 좌절된 의료개혁을 들여다보며 설명해 줍니다. 경쟁과 효율이라는 단어가 최고의 가치로 부각받는 시대에 그 그늘에서 허덕이는 사람들도 생겨날 수 있고, 진정한 복지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지난해 EBS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마이클 무어를 고발하는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주류세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가 또다른 사회 권력이 되어 껄끄러운 인터뷰를 거부하고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에서 편의적인 조작이나 순서바꾸기로 일종의 왜곡 취재를 하며 취재 윤리를 위반했다는 점들을 지적하는 영화였는데, 그걸 보고 나서 이 인물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이 영화의 가치가 그렇게 많이 훼손되지는 않더군요.)

삼국지:용의 부활(감독:이인항, 주연:유덕화, 홍금보, 매기큐, 15세 관람가)

      

이 영화는 출장중에 시사회가 열려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중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노리고 주도적으로 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유덕화, 홍금보, 매기 큐 등 중화권 스타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침체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서 새로운 시장개척에 눈을 돌리는 새로운 시도로 그 성과가 궁금해지는데요. 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 가운데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조조의 손녀를 가상의 인물로 내세워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인다는 이야기인데 여러 리뷰를 뒤적여보니 유덕화의 중후한 연기와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을 결합한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 장면이 볼만하지만 짧은 러닝타임에 많은 이야기를 집어넣는 바람에 평면적인 인물묘사와 이야기 전개가 단점으로 지적되더군요.

GP506(감독:공수창, 주연:천호진, 조영재, 이영훈, 청소년관람불가)

      

[알포인트]에서 월남전을 무대로 군대 내의 공포를 잘 묘사했던 공수창 감독이 또 군대 이야기로 미스터리 공포영화를 선보입니다. 이 영화 역시 못 봤는데 잔인한 장면이 많아 엄청 무섭고, 막판 반전 직전까지 이야기 전개가 흥미있고, 경험많은 수사관으로 등장하는 천호진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는 호평과 함께 끝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하고 너무 어두운 결말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주변의 평가를 들었사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밖에 장근석, 차예련 주연의 청춘 로맨스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와 동물 애니메이션 [미운 오리 새끼와 랫소의 모험], [고야의 유령] 등이 개봉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드림웍스 출장 이야기 차차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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