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불만으로 폭발한 한나라당의 내분이 사흘 만에 일단 가라앉았습니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이번 충돌의 주역들은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 강재섭 대표, 그리고 이재오 의원 등 4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도한 SBS 8시뉴스에는 주역 중의 주역인 이재오 의원이 한참동안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SBS 8시뉴스는 23일 한나라당이 극심한 내분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내분의 뇌관을 터뜨린 쪽은 박근혜 전 대표였습니다. 그는 공천과정에서 속았다면서 강재섭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어서 이재오 의원 쪽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소장파 공천자 50여 명이 이상득 부의장에게 총선에 나서지 말라고 공개 촉구했고, 강 대표가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SBS 뉴스는 친 이명박 계 내부에서 이상득 부의장과 이재오 의원 쪽이 맞서는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저녁부터 상황은 매우 긴박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이 자신과 이 부의장의 '총선 후보 동반사퇴'라는 폭탄성 카드를 들고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아 소장파 공천자들의 이른바 '궐기'를 부추겼습니다. 이와 같은 긴박한 상황을 저녁 8시부터 방영된 SBS 뉴스가 담기에는 시간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날 밤의 긴박한 상황이 다음 날 뉴스에는 반영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전날 밤의 상황을 추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장의 판세조차 잘못 읽고 있었다는 것이 24일 SBS 8시뉴스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 부의장이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총선에 나서지 말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까지는 사실을 보도한 것입니다. 문제는 뒤이어 나오는 분석보도에 있습니다. SBS 뉴스는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공개 촉구했던 소장파 후보자들이 모임을 갖고 2차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이재오 의원에 관해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동반 사퇴설'이 제기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어젯밤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이후 서울 근교에 머물며 거취문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이 이 부의장의 불출마 등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지역구 총선에 불출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 부의장과 이 의원을 동반 사퇴시켜 민심을 달래는 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SBS 뉴스의 분석과 전망은 이재오 의원이 '출마' 쪽으로 돌아서고, 이에 따라 소장파 후보자 모임이 와해되고 있던 이날의 실제상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반면에 경쟁사 뉴스를 비롯한 다른 언론들은 이미 23일 저녁부터 이재오 의원의 행방을 밀착 추적했습니다. 24일 부터는 이 의원이 청와대에서 동반사퇴 카드를 꺼냈다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야단을 맞았다느니, 이 의원이 동반사퇴 카드를 접고 자신도 출마하기로 했다느니 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SBS 뉴스의 '마이 웨이'는 헛짚은 분석임이 바로 다음 날 이 의원의 출마선언으로 드러났습니다.
24일 SBS 뉴스는 한나라당 내분에 대한 긴급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사건이 터진지 하루 만에 신속한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의 동향을 짚어 본 취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뉴스가 보도한 여론조사의 내용으로는 민심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여론은 이상득 부의장과 이재오 의원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는데 찬성하며, 강재섭 대표가 자신의 총선 불출마로 공천 논란을 끝내자고 한 제안에 공감하고, 박근혜 전 대표가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해 공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불출마로 논란을 끝내자는 강 대표의 제안에 공감하면서 어떻게 이 부의장과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에 찬성하는지, 박 전 대표의 지도부 책임론에 공감하면서, 어떻게 총선 불출마로 마무리하려는 강 대표의 주장에도 공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뉴스는 이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단순 전달로 끝내지 말고, 건전한 상식에 따른 해석을 해야 합니다.
SBS 뉴스는 지난 25일 사람만 있을 뿐, 정책도 공약도 보이지 않는 '깜깜이 선거'를 우려했습니다. 정당간의 이슈나 정책대결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여야 모두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치 논리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정당들이 발표하는 정책을 분석하여 이를 선거 쟁점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입니다. 예를 들어 25일 뉴스는 모든 정당이 일자리 창출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여야의 주요공약이 일치한다는 사실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수단의 차이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SBS 뉴스에서도 중소기업과 신 성장 동력 산업 육성을 내세우는 민주당과 출자총액제한 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완화 등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내세우는 한나라당의 정책수단을 소개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이를 쟁점으로 부각시키지 못했습니다.
총선의 쟁점은 정당뿐만 아니라 언론도 만들어야 합니다. 의미 있는 쟁점은 언론에 의해 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이나 후보자가 정책발표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강점을 부각시키려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뉴스는 이와 같은 정당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그들이 감춘 것을 들춰내고, 부각시킨 것을 분석함으로써 주요한 쟁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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