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총장 서남표)가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와의 통합 논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키로 하면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식"의 무책임한 결정 아니냐는 비난이 일 전망이다.
KAIST 서남표 총장은 27일 조직개편에 즈음한 간담회에서 "한국의 IT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ICU와 통합을 추진해왔으나 모든 여건이 맞지않아 더이상 통합논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ICU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있는 데다 통합에 따른 정부 예산 지원도 불투명해 통합이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ICU측이 직원들의 정년 보장, 독립적인 부설기관화, 별도의 부총장제 등 KAIST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붙이고 있다"며 "현 상황 그대로 ICU와 통합하면 KAIST도 망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AIST는 지난해 4월 29일 서남표 총장 명의로 ICU에 보낸 공문(통합추진에 대한 KAIST의 검토의견)에서는 'ICU와 통합해 IT Convergence Campus(가칭 ICC)를 설치하고 ICC는 부총장급 체제로 KAIST 경영대학에 준하는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밝혔었다.
또 'KAIST 교직원에 대해서는 일정기간(6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구조조정에서 제외한다'고 적시해 양교간 통합 추진이 부진한 데 따른 책임을 ICU측에 떠 넘기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있다.
ICU측 한 관계자는 "지난해 KAIST가 먼저 나서 가만히 있던 ICU와의 통합을 적극 추진하더니 이제와서 태도가 급변했다"며 "정부 조직개편에 따른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폐지로 정부로부터 예산 확보가 어렵게 되자 통합 카드를 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서 총장은 이날 "ICU를 통합해 운영하려면 1년에 적어도 250억원 이상이 필요한 데 현재로서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며 "지난해 통합을 도와주겠다던 국회의원, 정부 관료를 지금은 한 명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특히 KAIST측의 이 같은 일방적인 통합논의 중단으로 ICU는 위상 추락은 물론 학교 정상화에도 적지않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CU는 KAIST와의 통합을 전제로 정통부로부터 매년 지원받던 학교운영예산 75억 원을 올 해부터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돼 학교 적립기금(1천억여 원)에서 학교 운영 예산을 빼 쓰고 있는 처지이다.
ICU는 세계적인 IT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정통부 및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KT, 삼성전자 등 국내 IT업체들이 공동으로 설립해 1998년 정원 114명(박사과정 27명, 석사과정 87명)의 학생으로 출발했으며 소수 정예위주의 학생 선발, 맞춤형 교육 등으로 단기간내에 포스텍(포항공대), KAIST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문 이공계 대학 반열에 올라섰다.
ICU측의 다른 관계자는 "교수, 직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학교 이미지 훼손에 따른 학생, 학부모들의 피해 또한 막심하다"며 "일단 정통부를 흡수한 지식경제부의 입장을 지켜보며 KAIST와 통합을 다시 추진하되 여의치 않으면 민간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KAIST 서남표 총장은 "약혼도 안했는 데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격"이라며 "다만 (재정확보 등)근본적인 상황이 바뀌면 ICU와 통합을 논의할 수 있고 빈 자리도 마련해 놨다"고 밝혔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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